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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새기는 나눔의 정신

하늘엔 영광이요 땅엔 축복인 성탄절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면 성탄절이 영광도, 축복도 아닌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날씨가 예년에 비해 춥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가슴 속은 왜 이리 썰렁한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장래에 대한 희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사람들의 감정이 점점 더 메말라 가고 있다.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들, 체임근로자들, 실직한 가장과 그 가족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 노릇을 하는 청년들…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에 생계를 의존하는 절대빈곤층이 도시 가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 현실이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춥고 힘겨운 계절이다. 소년소녀 가장들, 무의탁 노인들, 고아원 등 복지시설에 있는 사람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은 계속 늘어가건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도와줄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 재정은 적자상태에 있고 기업과 국민들은 경기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기부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의 경우 시민의 기부 참여율이 90%인 데 반해 우리는 10%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겨울을 날 정도의 식량이 이맘 때쯤 다 모이는 데 올해는 연말을 나기도 빠듯하다는 소리가 상당수 복지시설에서 들린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하는 2000원씩의 ARS모금의 경우 지난해의 63%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밝은 면도 많다. 얼마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결코 넉넉해 보이지 않는 차림새의 50대 남자가 3,752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 TV프로에서 퀴즈왕으로 뽑혀 3,000여만원을 받은 열쇠수리공은 상금의 대부분을 성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재단`은 창립이후 3년간 지원사업 내역과 금액을 명기한 `나눔 가계부`를 최근 발간했다. 투명한 재정내역 공개는 기부자들의 신뢰확보로 이어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다른 모금기관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재정운영을 상세히 공개한다면 성금이 더 모일 것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들도 최근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지만 성의 표시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 것은 사회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땅에 떨어진 기업이미지를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하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나눔의 미덕이 곳곳에서 전개돼 훈훈한 세밑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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