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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금 블랙홀' SBI저축은행

올 신규 12만계좌·5000억 달해 저축은행 평균 가입액의 25배<br>3.8% 고금리에 각종 우대까지<br>예금은 낮게… 영악한 전략 통해 과도한 쏠림현상 이어질 우려도


SBI저축은행이 고금리 적금을 원하는 시중 자금의 또 다른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집중적으로 찾고 있는 것에 저축은행 뿐 아니라 은행 등에서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SBI의 정기적금(잔액 기준)은 13만계좌, 5,8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올 들어 11월까지 신규 가입 적금은 12만계좌, 4,990억원으로 누적액의 86%에 이른다.

이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저축은행 정기적금 평균 신규 가입액의 25배 수준이자 잔액을 기준으로 한 전체 저축은행 신규 적금 수신액(1조7,200억원)의 3분의1을 훨씬 넘는 규모다. 지난 7월 출범 이후 3.8%의 금리를 주고 있는 OK저축은행도 출범 기념 특판과 계열사 통합 특판 등을 벌였지만 적금은 11월까지 400억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SBI가 수신을 대폭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고금리의 힘이다. 은행 적금금리는 2%대로 주저앉았지만 SBI의 1년 기준 적금은 3.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SBI저축은행은 10월까지는 4.2%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줬다. 11월 초에는 특판 형식이기는 하지만, 4개 계열사의 통합 기념으로 1,000억원 한도에 적금 금리를 연 4.6%로 일괄 인상하기도 했다.

기본 금리를 내린 지금도 다양한 우대 금리를 고려하면 실제로 고객이 받는 금리는 훨씬 높다.

SBI의 다함께정기적금은 1년 기준 기본 금리 3.8%에 5인 이상 영업점 방문 또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동 구매할 경우 0.3%포인트를, 인터넷카페 가입시 0.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최고 4.6%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김종욱 SBI저축은행 대표는 “인천과 광주 등에 지점을 신규로 설립하면서 젊은 층이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기예금은 전년보다 도리어 줄었다는 점이다. 11월까지 신규 취급액이 2조원, 잔액은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5,000억원을 취급해 잔액이 3조1,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7,000억원이나 줄었다. SBI의 정기예금은 1년제 기준으로 연 2.6%에 머물러 중하위권이다.

정기적금에 대해서는 고금리를, 금리 운용 부담이 큰 정기예금은 금리 책정을 낮게 하는 ‘영악한’ 전략을 펼치는 셈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고금리 수신상품은 대출 자원을 조달하는 방법이자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특히 정기적금은 다달이 납부하는 돈에 이자가 붙는 구조여서 정기예금보다는 이자 부담이 낮고 목돈을 모으려는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도 크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쏠림이 걱정이다. 정기 예적금은 결국 만기가 되면 미리 약정한 금리와 원금을 돌려줘야 한다. 단기간에 많은 정기 예적금을 늘리면 늘릴수록 일시에 갚아야 할 돈도 많아진다.

영업정지 사태 이전에 팔았던 7~8%대 고금리 예적금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골머리를 썩는 저축은행들도 있을 만큼 예적금 금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결정을 요한다. 가입 기간도 짧다. SBI 관계자는 “예적금은 1~2년의 짧은 기간 단위로 만기가 되고 신규 가입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잔액에서 신규 가입 금액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증자를 통해 정상화의 궤도에 본격 들어선 SBI로서는 건전성 관리가 가장 중요한 잣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수신의 90%가 정기예금으로 정기적금은 규모가 작다. 적금은 정기예금보다 운용 리스크가 낮아 어느 정도 늘려도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나친 쏠림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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