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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가 확 달라졌다. 만성적 적자회사에서 흑자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민영화 4년 만의 성과다. 2001년 1월 민영화 이전 한해 적자만 250억원, 누적적자 1,600억원에 달했던 송유관공사는 올 해 410억원 가량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창조적 경영에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인력 감축이 없었다는 점. 신규사업을 통해 내보낼 인력을 흡수하는 창조적 경영활동으로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고수익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취임한 조헌제 사장을 맞은 것은 민영화 반대 파업. 노조는 구조조정을 우려했다.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다’고 약속했으나 노조의 불신으로 파업은 그 해 10월 까지 무여 200여일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간부들을 중심으로 송유관을 이상 없이 운영하고 조 사장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키는 등 강력대응하자 노조는 파업을 풀었다. 조 사장은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로 ‘송유관공사 자산의 120% 활용’을 통한 혁신전략을 꼽았다. 그는 공사의 기존 사업인 송유관 운영만으론 인력운용과 이익증대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신규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공사가 잘 할 수 있는 부문, 기존 자산을 이용할 수 있는 부문”등의 신규사업 추진원칙도 세워 위험을 최소화했다. 그는 본사 건물을 인력개발원으로 활용하고, 하청을 주던 송유관이설 사업은 자체사업부를 구성해 맡았다. 공사의 잉여부지는 창고로 쓰며 물류사업도 확대했다. 사업상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유사들의 주유소 망을 활용하는 중고차 매매, 정비 등 자동차회원제 사업도 벌였다. 모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신규사업 동력으로 임직원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구내식당 운영을 자체적으로 해보겠다는 직원들 의견을 고려, 식품사업부를 만들고 공사의 남는 부지에 닭, 염소, 사슴 등을 기르고 야채 밭도 가꾸고 있다. 신규사업 추진에 따른 인원재배치와 자연퇴직, 운영효율화 등을 통해 공사는 송유관 사업 인력을 민영화 전 보다 절반으로 줄이며 이 부문 적자에서 벗어났다. 신규사업에서 얻는 300억원 가량의 매출 대부분은 고스란히 이익으로 남는다. 조 사장은 “신규사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1~2년 내에 종합물류회사에 걸맞는 새 CI를 제정하고 회사 이름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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