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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로 추락한 국가위험도(사설)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가 위험수준이라는 것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올들어 계속되고 있는 기업들의 부도도미노로 인한 금융불안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레이트」가 적용된지 이미 오래다. 그나마 정치라도 안정돼 있으면 한가닥 희망이라도 걸어 볼 수 있다고 하겠지만 정치가 오히려 경제죽이기에 나서고 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닌 것이다.최근 세계적 경제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가 발표한 「국가위험도」조사결과는 우리나라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줘 충격을 준다. WEFA는 지난 9월 기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과 아시아국가 12개국 등 모두 36개국을 대상으로 12개 항목에 걸쳐 「국가 위험도」를 조사, 분석했다. WEFA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의욕」이 36개국중 최하위, 「정치권이 경제활동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OECD회원국중 터키와 함께 최하위로 나타났다. 또 「금융시장 안정성」은 베트남·파키스탄을 겨우 제친 34위, 「외환시장 안정성」은 35위로 꼴찌가 남아공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만달러를 돌파, 선진국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랑하면서 OECD에 가입한 것이 불과 1년전 일인데 국제사회에 낯들기도 부끄럽게 됐다. 한국은 지난 95년 10월 WEFA의 첫 평가에서 「정치위험도」는 10점 만점에 8점을 기록, 안정된 국가로 분류됐었다. 점수가 낮을 수록 위험도가 큰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에는 5점으로 떨어진데 이어 대선을 앞두고는 4점으로 추락했다. 한층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95년 8월 평가때 매우 높은 점수(8점)를 받았던 「기업활동 의욕」부문에서 이번엔 2점을 받아 2년만에 맨 꼴찌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정성도 지난 여름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 등 동남아 국가보다 낮게 평가돼 국제사회에서 한국신인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또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의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여야가 진흙탕 싸움이다. 온 국민이 단합해서 헤쳐가도 어려운 이 불황의 터널을 정부나 정치권이 앞장서 훼방만 놓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국제적 신인도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제 한 발짝 더 뒷걸음질 치다가는 영영 나락의 길로 떨어질는지도 모른다. 나라경제에 득이 될 것 없는 정쟁은 끝내야 한다. 경제인을 끌여들여 더이상 기업활동 의욕을 위축시켜서도 안된다. 대선은 폭로전의 장이 아닌 정책대결의 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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