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가급락으로 웅징씽크빅이 자회사 웅진패스원을 합병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AJ렌터카는 증시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에서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다.
웅진씽크빅은 20일 자회사 웅진패스원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합병을 철회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합병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시침체로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낮아지자 기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요청 규모가 양사를 합쳐 530만주에 달했다. 웅진씽크빅의 주식매수청구 가격이 1만908원, 웅진패스원은 5,458원인 점을 감안하면 웅진이 합병을 하기 위해서는 433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요청이 몰린 것은 합병 결정 이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1만7,000원까지 올랐던 웅진씽크빅은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지난 5월17일에는 1만원까지 떨어졌다. 주가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20일 약 9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하고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왔다. 지난 12일에는 웅진씽크빅 우리사주조합원 700여명이 100억원대의 우리사주 취득을 위한 출연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주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웅진씽크빅의 주가가 부진해 주식매수청구가 쏠렸다"며 "현재 웅진씽크빅의 현금 보유 상황으로는 400억원이 넘는 합병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웅진패스원과의 합병 시너지 효과가 큰 편이 아니어서 시장의 기대가 크진 않았다"며 "다만 내년 국제회계기준(K-IFRS)으로 회계방식이 바뀌면 지분법 평가이익에 따라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61%만큼 영업이익이 잡히기 때문에 합병 무산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증시부진의 여파는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AJ렌터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지만 배정물량 145만8,590주 가운데 33만4,850주만 청약이 이뤄졌다. 최종 청약 경쟁률이 0.23대1에 그쳤다.
AJ렌터카의 공모주 청약 성적 부진은 기관투자 대상 수요조사 때도 예견됐다. 17일 이뤄진 수요조사에 참여한 기관 중 80% 이상이 희망가 범위(8,000~9,000원)보다 낮은 금액을 써냈고 최종 공모가도 7,000원으로 결정됐다.
AJ렌터카와 같은 날 공모청약을 진행한 우양에이치는 5.64대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미달 사태는 없었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 16일과 17일 공모주 청약을 했던 엠씨넥스도 1.7대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낮아진 것은 주식시장 침체로 증시에 상장된 새내기주들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상장 첫날 8,6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공모가(9,000원) 아래로 내려갔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는 거래량 부진에 상장 첫날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상장한 사조씨푸드도 공모가(1만600원)보다 10% 이상 낮은 8,910원까지 급락했다. 피엔티와 디지털옵틱도 상장 첫날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경우 20~30%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는데 최근 공모주들의 수익률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증시 상황이 불안하다 보니 상장 후에도 기업 가치만큼 시장에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공모주 투자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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