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매수주체, 모멘텀, 주도주가 없는 3무(無) 장세에서 테마는 코스닥시장의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증시에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테마들이 모두 코스닥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코스닥시장의 테마로 묶여 나오는 종목들은 급등,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12개 증권사의 코스닥시장 전문가들에게 하반기 유망 테마와 그에 속한 종목, 그리고 테마종목에 투자할 경우 유의사항에 대해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증권시장에 형성되는 테마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과열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양광, 2차전지 테마가 가장 유망= 국내 12개 증권사의 전문가들로부터 유망 테마업종에 대해 복수 추천을 받은 결과, 태양광 관련 테마가 6명의 추천을 받아 올 하반기에 가장 유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유럽 태양광산업협회(EPIA)에 따르면 2009년 태양광시장(신규설치용량 기준)은 7.2GW로 2008년에 비해 18.3% 증가했으며 2010년에는 2009년 대비 115% 증가한 15.5GW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서 잉곳, 웨이퍼, 전지, 모듈 등의 부품 가격이 기술개발을 통해 하향안정화 되면서 ‘패리티(Grid parity)’도달 시점이 축소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하반기 태양광 테마에 주목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테마 중 유망하게 꼽히는 종목으로는 단연 SDN이다. SDN은 대신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현대증권의 복수 추천을 받았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태양광 플랜트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며 “불가리아 등 해외 진출을 통한 중장기 성장 모멘텀의 확보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신성홀딩스, 오성엘에스티, SK솔믹스, OCI머티리얼즈, 일진에너지 등도 유망한 태양광 업체 이름에 목록을 올렸다.
또 네명의 전문가는 하반기 주목할 만한 테마로 2차 전지를 들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마켓팀장은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파트너 선정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보급 확대로 ‘대면적 폴리머’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2차 전지 테마를 주목할만한 이유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이어 “(2차 전지업체에 대한)정부 지원책과 셀(Cell) 생산업체들의 국내 공급체인(Supply Chain) 강화에 따른 우호적인 뉴스도 하반기에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망 종목으로는 엘앤에프, 테크노세미켐, 에코프로가 꼽혔다. 김효원 신한금융투자 스몰캡팀장은 “에코프로는 2차 전지용 양극활물질의 생산량 증설 완료로 2011년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삼성SDI, LG화학, SK에너지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오경택 동양종합금융증권 스몰캡팀장은 “엘앤에프는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 기술력이 탁월하다”며 “테크노세미켐의 경우 2차전지용 진해핵 개발에 따른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IT기기 콘텐츠와 통신기기 테마도 관심= 아이패드, 스마트TV 등 IT(정보기술) 기기가 활성화되면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전망도 밝은 것으로 분석됐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패드’에 이어 삼성이나 인텔 등도 태블릿PC 발표를 앞두고 있고 빠르면 3ㆍ4분기 중에 구글TV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TV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서비스에 필수적인 콘텐츠 업체에 관심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손만승 동부증권 연구원은 “태블릿PC, 스마트TV 등 단말기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관련 콘텐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종목으로는 온미디어, 대원미디어, 게임빌 등이 꼽혔다. 이들 기업이 각각 영화, 만화영화, 게임 콘텐츠를 스마트TV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신장비 테마도 하반기에 유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통신장비테마에 속하는 주요 종목으로는 4G관련 계측장비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이노와이어와 이동통신기지국용 전력증폭기 제조업체인 웨이브일렉트로가 있다. 이밖에 덕산하이메탈, 크로바하이텍, 에스엔유, 실리콘웍스, 에스엘 등 AMOLED 업체들도 하반기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 뒷받침 되는 종목 투자가 필수= 테마 종목들은 꽃으로 비유하자면 아직 만개(滿開)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테마와 관련된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는지, 또 향후 실적이 나올 가능성은 높은지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숫자(매출)가 나타나지 않고 장래 계획만 가지고 이야기 되는 테마는 피해야 한다”며 “향후 실적이 나타날 때 과감하게 투자할 수만 있다면 전혀 타이밍이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단순히 가격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고 장기적인 EPS(주당순이익)와 현재 주가를 비교한 장기 PER(주가수익비율)을 확인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로 저 평가 여부를 검증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상태도 투자 전 검토해야 할 필수요건으로 지적됐다. 권양일 연구원은 “수익을 내지 못하던 회사가 테마와 연관된다고 해서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재무구조가 좋지 못하다면 주가 상승을 계기로 증자 등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고 조언했다.
또한 회사가 기존에 해왔던 사업을 살펴보는 것도 테마종목 투자에 꼭 필요하다. 권 연구원은 “화학업체인 OCI가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 것처럼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신 성장 산업에 진출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아무 연관 없이 단지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벌일 경우 수익이 나기 어렵고, 설사 수익이 나더라도 시간이 오래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투자할 테마종목을 신중히 고르되 단기 추종매매가 아닌 중기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김영각 현대증권 종목분석팀장은 “단기간의 유행을 좇아가도 테마흐름이 너무 빨라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기본적인 기업가치를 평가해보고 중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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