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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3주년]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을 만들자) 3-1. 신뢰 경영의 현장을 가다 (2) 현대모비스
입력2003-10-15 00:00:00
수정
2003.10.15 00:00:00
김영기 기자
“이제 매출 등 외형적 성장보다 기업 가치의 사회환원과 사회 봉사활동, 주주가치 중심 경영 등 미래 지향적 기업이념을 토대로 하는 `굿 컴퍼니(Good Company)`가 돼야 한다.”
지난 1월27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현대모비스의 `2003 경영전략 세미나`에서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이 임원과 부서장 110여명 앞에 `깜짝 선언`을 했다. 기업경영 이념을 `빅 컴퍼니(Big Company)`에서 `굿 컴퍼니`, 즉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순간이었다.
한 임원은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조건적인 성장을 채근할 것으로 예상했던 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은 미국의 나이키를 모비스가 가야 할 모델로 들었다. 그는 “기술 하나만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나이키야말로 `굿 컴퍼니`의 대표적 예”라며 “모비스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 올려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빅 컴퍼니`는 첫 단추= 삼성경제연구소의 진단대로, `존경받는 기업`은 이제 기업의 수준을 재는 척도로 등장했다. 미국 포천을 비롯한 세계 유수 언론들은 그 기준으로
▲경쟁력
▲혁신능력
▲경영성과
▲사회성 등 4가지를 핵심 포인트로 제시한다.
정구현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경영성과가 바탕이 되지 않는 기업의 윤리정신은 의미가 없다”며 이중 첫번째 요건으로 기업의 경영성과를 꼽았다.
모비스가 지난해까지 지향해왔던 `빅 컴퍼니`는 존경받는 기업의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었다. 지난 2001년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모비스는 모듈제조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9.4%나 급증한 4조1,346억원의 매출에 당기순이익도 4,030억원으로 46.9%나 수직 상승, 기염을 토했다. 내수 시장이 불황을 거듭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연간 전체로 15% 가까이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오는 2005년 8조, 2010년 13조원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톱10`에 진입한다. 모비스는 명실상부한 빅 컴퍼니로 도약할 것이다.” 한규환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말이다.
◇부패 기업과는 거래 끊겠다= 모비스는 올 초 1,000개가 넘는 협력업체와 직원들로부터 `투명경영 실천 확약서 및 서약서`를 받았다. 부품 협력사 750개사와 모듈 구매 협력사 430개사와 함께 진행중인`선물 안주고 안받기`캠페인은 작은 실천이다.
지난 6월1일부터는 경영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키 위한 자체적인 감시기능까지 작동시켰다. 구매본부 차원에서 `프로웹`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그 안에 `협력사 소리`라는 메뉴를 만들어 협력 업체들이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의견을 게재토록 했다. 모비스 관계자는 “부패한 기업과는 거래를 끊겠다는 단호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모비스와 10년 넘게 거래해온 협력업체 K사장. 그는 “시행 초기만해도 오랜 관행에 젖어 다소 어리둥절함을 느꼈다”며 “이젠 뒷문으로 모기업과 선을 대려는 노력은 포기했다”고 귀띔했다. 정호 모비스협력사협의회장(화진정공회장)은 “협력사들 스스로 투명한 거래 관행을 정착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패와의 단절 노력은 `열린 경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도입한 `경영정보 공유제도`는 그 결정체다. 경영 정보를 전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도입한 이 제도로, 직원들은 게시판을 통해 경영 현황을 자유롭게 알아 볼 수 있게 됐다. 신일규 전무는 “기업의 수평문화 형성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격화한 사회 친화 경영= 윤리기업의 모델로 평가받는 존슨앤존슨은 1943년 도입한 윤리강령 `우리의 신조(Our Credo)`에서 소비자-종업원-지역사회-주주의 순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했다.
모비스는 이를 사회친화적 경영으로 정의한다. 올해부터 전사 차원에서 실시중인 사회 봉사 프로그램인 `나눔의 기쁨`운동은 그 핵심이다. 지난 6월 `아름다운 재단`에 임직원들이 급여에서 우수리를 공제한 금액과 회사 지원금을 합친 900만원과 재활용품 5,000여점을 기부한 것은 사회 봉사에 대한 의지가 담긴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에 기부해온 금액만 지난 2000년 이후 20억원.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2000년 10%의 배당을 실시한데 이어 2001년 12%, 2002년 14% 등 고배당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85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ㆍ소각하기도 했다.
존경받는 기업으로 탄생하기 위한 노력들은 대외 이미지에 고스란이 반영되고 있다. 취업전문 잡링크가 지난 1월 대졸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모비스는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17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말에는 한국경영인협회가 주관한 `2003년 대한민국 최고기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박 회장이 강조한 `굿 컴퍼니`의 요체는 투명경영, 내실 경영, 사회 환원 경영 등 3가지로 압축된다”며 “올해는 `글로벌 톱10으로의 기반 구축의 해`이자, 존경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1,000억 사회환원" 나눔의 기쁨 실천할것
● 박정인 회장의 다짐
현대모비스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투자와 경영성과를 통해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버팀목으로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회의 아픈 부분을 공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을 전사적 차원에서 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부터 `나눔의 기쁨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사회 봉사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회사도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모비스는 앞으로도 임직원들의 십시일반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매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할 계획입니다.
`모비스 기금`은 자동차 부품 전문회사로서 교통사고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나누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운동으로 점화된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은 전 사업장으로 확산돼, `1본부 1가구돕기 운동` 등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투명경영`과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계속 높여 기업 본연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이 같은 내실경영으로 주주의 성원에 보답하는 한편, 전사적인 차원의 기부ㆍ봉사활동ㆍ캠페인 등에도 전임직원들이 동참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현대모비스는 국민 모두로부터 사랑 받는 `굿 컴퍼니`의 이미지를 간직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나누는 마음엔 국경이 없다"
中 아동복리원 방문 봉사활동
“기업인의 사회 봉사에는 국경이 없다”.
지난 9월2일 중국 염성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동복리원. 이 곳에 일단의 한국인들이 아이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영양쌀가루와 살충제 등 생활용품과 과자류 등 선물을 가득 들고 복리원을 찾는 이들은 종일 노래와 춤을 같이 하며 현지의 어린 아이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주인공은 현대모비스의 중국 현지 모듈공장인 강소모비스의 조영욱 부장 등 15명의 직원. 지난 94년 개원한 이 곳에 외국인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방문은 염성시의 커다란 화제였다.
현지 지역신문인 염성대중보(鹽阜大衆報)는 `사랑을 나누는 마음에 국경은 없다(南犬 愛心沒有國界)`는 제목으로 이례적으로 1면에 소개했다. 염성만보와 성구신문 등도 모비스 직원들의 미담을 앞다퉈 크게 보도했다.
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사회봉사`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한 중국내에서 강소모비스 직원들의 활동이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은 것같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에게 다가서기는 미국의 앨라배마에서도 진행됐다. 모비스는 현지 모듈공장 건설에 맞춰 지난해 `앨라배마 문화행사`를 실시했다. 중국 문화행사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 행사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연구와 학습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학술발표회와 저명인사들의 특강, 미국 관련 다큐멘터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진행됐다.
박창현 모비스 차장은 “외국진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뿐 아니라 철저한 토착경영을 통해 현지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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