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12년 전 셀트리온을 창업할 때 대한민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을 접게 됐습니다."
코스닥기업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미래와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결단이다. 2년여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으로 지쳐버린 그다. 서 회장은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방치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진행중인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의 유럽의약청(EMA) 판매허가가 이르면 오는 5월, 늦어도 6월 초까지는 날 것 같다"며 "허가가 나는 대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매수자를 공개적으로 찾아 보유지분을 전부 넘기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28%, 셀트리온헬스케어 50.31%, 셀트리온지에스씨 68.42%, 셀트리온에스티 7.27%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격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지분 20.69%를 갖고 있다.
서 회장이 보유지분 전량매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기득권을 버려 공매도를 끊어내기 위함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우리 주식시장의 공매도 제도를 보완하는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서 회장은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무한자본을 투입하는 공매도 세력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면서 "그간 국가는 무엇을 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매도 비율이 35% 이상까지 도달한 날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감독기관이 비정상적인 거래를 살피고 존재하는 규제장치를 작동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서 회장은 "이 결정이 회사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겠지만 한국이 개발과 생산기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는 결과적으로 손해가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그는 "테마섹 등 다른 대주주들과 상의하지 않았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고 매각자금을 어떻게 쓸지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창업자가 꿈을 이루는 국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현재는 그 벽이 높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창업해도 투자를 받기 힘든 금융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코스닥시장에서 기업들을 보호ㆍ육성해 코스피로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서 회장은 30대 중반에 최연소로 대우자동차 임원이 됐으며 지난 2000년 회사를 나와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천 송도에서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은 창업 12년 만에 직원 1,500명의 생명공학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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