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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눈물…‘정치’ 혹은 ‘진실’
입력2003-12-31 00:00:00
수정
2003.12.31 00:00:00
최문선 기자
올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눈물을 두 번 보였다.두 번 모두 이라크전 상황이 나빠졌을 때 미군 장병들 앞에서 흘린 눈물이다. 올 들어 첫번째 눈물을 보인 것은 이라크전을 시작한 지 2주 만인 4월3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해병부대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식에서였다. 부시 대통령은 “그들은 해병이 되길 원했으며 조국을 사랑했다. 세계는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라고 유족들을 위로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11월27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바그다드를 깜짝 방문했을 때도 그는 눈물을 보였다. 장병 600여 명의 열렬한 환영에 감격한 부시의 두 뺨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시가 살짝 울먹이며 “같이 따뜻한 밥을 먹으러 왔다”고 하자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시의 눈물이 100% 연기는 아닐지라도 온전히 자연스런 감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워싱턴에선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 눈물의 극적효과를 가장 잘 이용하는 부시를 두고 `눈물의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9ㆍ11 테러 이후 연설 때마다 흘린 부시의 눈물이 그의 지지도를 급상승키시고 대테러전 및 선제공격론에 대한 찬성여론을 조성한 1등 공신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스티브 준스 교수는 “올해 부시의 눈물은 세계평화를 위해 젊은 생명들이 스러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인간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이 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004년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용 눈물`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부시의 말투는 여전히 점잖지 못하고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후세인이) 죽은 채로든 산 채로든 잡히기만 바란다”와 저항세력에 대한 “덤벼 봐” 등의 자극적인 표현은 부시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에게는 솔깃했을지 몰라도 반미감정을 자극하는 등 외교적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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