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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자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주식 매수를 통해 ‘쌍끌이’ 장세를 이끌었다. 이들은 22거래일 만에 동시 순매수를 보이며 코스피지수를 1,100선 부근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은행ㆍ항공ㆍ전기가스ㆍ키코(KIKO)주 등 그동안 환율급등으로 고개를 숙였던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경우 프로그램 매물 압박이 줄어드는 동시에 수급 주체들의 투자심리도 개선되면서 증시는 박스권(1,100~1,200)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인ㆍ기관 22거래일 만에 동시 순매수=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20.47포인트(1.91%) 급등하며 1,092.20으로 장을 마쳤다. 전일 미국 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37원이나 떨어지며 주가 상승을 가져왔다. 환율이 급락하자 외국인이 1,77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기관도 프로그램 매수세를 포함해 1,601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22거래일 만이다. 환율 급락은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수급 주체들의 투자심리를 한순간에 녹여버렸다. 외국인은 특히 현물뿐 아니라 선물에서도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환율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지수의 하방경직성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미국 증시가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경우 국내 증시 역시 좀더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은행 등 환율하락 수혜주 급등=이날 환율 급락으로 은행, 항공, 전기ㆍ가스, 키코주 등 그동안 환율 급등으로 맥을 추지 못했던 주식들이 초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은행주들은 ▦외화부채 이자 부담 감소 ▦외채 조달 여건 완화 ▦외화선물환 피해 손실 감소 기대감 등으로 업종지수가 무려 10.28%나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14.80%), KB금융(11.73%), 외환은행(11.72%)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대표적 키코 관련주인 태산엘시디와 원풍 등도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들은 그동안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환율 등 3가지 악재에 시달렸는데 그중 하나가 크게 완화된 데 힘입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또 환율 급등으로 원가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고조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9.19%, 4.76%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도 5.50%, 5.26%나 급등했다. ◇박스권 복귀 기대 높아져=코스피지수가 1,090선까지 치고 올라가자 이제 하향 압력보다는 지난달 20일 이후 이탈했던 1,100~1,200선 사이에 박스권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동안 우리 증시가 1,000선으로의 하향압력 속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눈높이가 소폭이나마 상향 조정된 셈이다. 지기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일선(1,098선)을 돌파하게 되면 단기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1,200을 상단으로 한 박스권으로의 회귀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증시 주변 상황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수의 폭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작지만 기존 박스권 안으로 돌아가려는 힘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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