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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두 달 사이에 14%포인트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진보 성향으로 인식되는 한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다. `수구 골통` 또는 `조폭`으로 표현되는 언론사의 조사였다면 더 나쁘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까. 이 대목에서 박정희가 떠오른다. 역대 대통령의 점수를 묻는 조사의 결과는 대부분 동일하게 나온다. 박 대통령이다. 지지도가 하락 중이라는 노무현과 `최고`였다는 박정희. 어떤 차이가 있을까. 원인치료와 대증요법이라는 관점에서 양자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박 대통령으로 연상되는 단어를 묻는 설문에는 조국 근대화와 경제개발이 답으로 공통으로 나온다. 성장률이나 국민소득 등 지표를 따져보면 동의할 수 있다. 목표와 과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접근 방법은 원인치료적이었다. `빈곤 탈출`이 절대절명의 과제였던 시기에 박정희로 대표되는 한국사회는 발전을 이룩해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압축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이 고스란히 오늘로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부정부패니 관치금융, 불평등한 사회구조, 지역간 계층간 갈등은 그 시대에 싹트거나 자라난 산물이다. 원인치료가 아니라 `원인치료적`으로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이 박정희 시대로부터 야기된 구조적 모순 속에 둘러 싸여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선상에 서 있다. 구시대의 그릇된 유산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성장을 이어나가야 하는 게 노 대통령의 과제다. 방법은 고통스러울지라도 원인치료에 나서는 데 있다. 박정희 처럼 `원인치료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더 큰 부작용이 나오기 쉽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 노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에 나온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 대증요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철도노조와 화물연대 파업, 새만금,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주택과 돈(시중자금), 교육의 수급 문제인 부동산 대책에도 땜질식의 대증요법으로 가득 차 있다. 교통이 혼잡하다고 해서 택한 이면도로가 한번 막히면 대안이 없다. 관료나 지지계층의 `배신`을 탓할 일도 아니다. 속도가 늦고 이익집단의 원망을 사더라도 원인치료에 나서는 대통령을 바란다. <권홍우(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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