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 29년, 프로 데뷔 26년, 해외 25승(미국 1승, 일본 24승)과 국내 20승.
이 대단한 기록의 주인공 구옥희(48) 프로가 8일 2004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국내 처음으로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 개인 일정 때문에 행사 당일에야 귀국한다는 구옥희 프로를 한일 여자 프로골프 대항전 마지막 날이었던 5일 일본 오쓰CC에서 만났다.
구 프로는 몸무게가 줄어 날렵해진 데다 스타일을 전체적으로 여성스럽게 바꿔 전에 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이미 지난 봄부터 명예의 전당이 생겨 자신이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소감을 묻자 “옥희의 평생 골프를 담아내는 것 같다”고 했다.
“서른이 되면…, 마흔까지만…, 하며 늘 은퇴를 꿈꾸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구 프로는 “언제라도 아쉬움 없이 그만 둘 수 있도록 한 우물만 판 덕에 영광도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수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정말 운에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골프를 하지 않았으면 세계 곳곳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좋은 음식 먹고, 좋은 것 보면서 살 수 있었겠느냐는 것.
평범하게 살지 않았던 것에 대해 “가정 생활이 부러웠으면 벌써 결혼을 했겠지”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힘들기도 했지만 결혼해도 외롭다는 말을 들으며 인간은 어차피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구 프로가 결혼과 골프, 더 나아가 인생 전체에 대해 관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에 진출했던 98년 참선을 접했던 영향이 컸다.
“미국 진출 직후 음식조절이 잘 안됐고 스트레스도 커서 극복해 보려고 미국에 있는 한국 절에 가서 참선을 배웠다”는 그는 “이후로 때때로 절에 가서 수련을 하면서 스님들도 다 혼자 살지만 행복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생각이 깊어지면서 내 스타일대로 행복하면 된다고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참선을 배운 후 지금까지 자기 전에 매일 1시간에서 30분씩 명상을 해왔다”며 “참선은 집중력 강화나 스트레스 해소, 건강 증진과 에너지 발산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적극 권했다. 자신은 체력이 강하지 않지만 “참선으로 보강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덕분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젊은 이 못지않다”는 것이다.
“골프 시작 후 올해처럼 예선 탈락을 밥 먹듯 한 적은 없었다”면서도 “그럴 때도 있지 뭐”라며 마음에 담지 않는 구옥희 프로는 “잘 안 되는 일을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지만 갈수록 느낌이 좋고 테크닉에 자신도 있어서 아직 은퇴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식지 않는 골프 열정을 과시했다.
PGA·LPGA등서 업적이룬 '위대한 골퍼들의 명단'
■ 명예의 전당이란
명예의 전당은 일정한 기준 이상의 업적을 낸 ‘위대한 골퍼들의 명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 동안 세계 명예의 전당, LPGA명예의 전당 등이 알려졌고 KLPGA 명예의 전당은 올해 신설됐다.
세계 명예의 전당은 크게 PGA/시니어PGAㆍ LPGAㆍ인터내셔널 투표ㆍ평생 업적ㆍ베테랑 등의 카테고리로 구분돼 선정되므로 LPGA 명예의 전당은 세계 명예의 전당에 포함된다. 즉,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세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각 카테고리 별로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 LPGA의 경우 현역 활동 10년 이상에 올해의 선수 또는 베어 트로피 수상 혹은 메이저 우승, 정해진 포인트 27점 이상 확보 등이 필요 조건이다. PGA의 경우도 비슷하다. 하지만 40세 이상에 현역 10년 이상, 4대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회 이상 우승, 투어 10승 이상 등으로 세부 조건은 약간 다르다.
정해진 기준을 통과하면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 어거스틴에 있는 ‘명예의 전당’건물이 이름을 새겨지게 된다. 올해까지 세계 명예의 전당에 가입된 사람은 모두 104명이다.
올해 신설된 KLPGA 명예의 전당 기준도 LPGA와 유사하다. 10년 이상 국내외 정규 투어에서 활동해야 하며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 100점을 채워야 하는 것. 포인트는 메이저대회 우승 및 투어 최우수선수상 수상에 4점, 정규대회 우승 및 시즌 최소타수상, 신인상, 그리고 KLPGA 공로상 등에 2점이 부여된다.
구옥희는 112점을 획득해 K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박세리가 현재 92포인트로 2번째 입회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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