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지난 상반기 동안 상당한 변동성에 시달려야만 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럽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경기도 급격한 침체보다는 완만한 회복 또는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높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이 커지고 실적도 개선돼 국내 증시가 해외보다 나아 국내 주식에 대한 비중을 높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 하반기에는 제한적이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단기보다는 장기 채권에 대한 비중을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주식 줄이고 국내 주식 확대 움직임 뚜렷=서울경제신문이 국내 11개 주요 증권사의 2010년 하반기 추천 자산배분전략을 조사한 결과, 국내주식의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가 가장 많았다. 올 상반기에는 국내 주식의 자산배분 권고 비중이 평균적으로 전체 자산섹터의 35%를 차지했으나 하반기에는 39%로 4%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 등 다른 자산 부문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 코스피의 목표지수를 1,900선으로 잡아 놓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자산배분 전략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증권사는 하반기에 국내주식 투자의 비중을 상반기보다 두 배 가량 늘리면서 공격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포착됐다. 국내시장의 경우 건전한 재정상태와 높은 성장률, 낮은 밸류에이션 메리트 등이 어우러지면서 상대적으로 증시의 강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해외주식 비중은 상반기에는 20%에 달했으나 하반기에는 18%로 2%포인트 낮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주식비중을 높이더라도 해외보다는 국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현철 한화증권 자산관리컨설팅 팀장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리스크가 둔화되면서 이익이 크게 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증시를 상당 폭 끌어올릴 것"이라며 "해외주식은 브라질이나 인도 증시가 이미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모멘텀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물가인상 대비 채권도 관심권=하반기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 비중을 소폭 확대하는 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단기채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중을 줄이고 장기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상반기 채권 비중은 22%에 달했으나 하반기에는 이보다 1%포인트 가량 증가한 23%로 늘려 잡았다. 특히 국내 채권의 비중을 해외채권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책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을 추고하고자 한다면 브라질 국채 등의 이머징마켓 채권에 대한 투자가 위험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채권은 원금이 기간별 물가수준에 따라 달라지게 돼 있어 물가가 오르면 채권 원리금이 늘어 경기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물가연동국고채는 6월에 모두 3,330억원어치 발행돼 당초 예상 발행금액인 1,700억원을 크게 웃도는 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현금∙대체투자는 비중 축소=국내 주식과 채권 등은 하반기에는 늘리는 대신 현금과 대체투자 비중은 소폭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 높다. 국내 증권사들은 특히 상반기에 전체 자산의 12%를 현금으로 확보해 두라고 제시했으나 하반기에는 이 비중을 10%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대체투자 비중 역시 1%포인트 줄어든 10%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상반기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펀드환매를 통해 이미 상당부분 현금 비중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투자자산 비중을 늘림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큰손'들의 경우 상반기에 펀드를 환매한 후 사모형펀드나 랩어카운트쪽으로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이전처럼 마냥 불안해하며 현금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앞으로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위험자산을 늘리는 보편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펴야할 시점"이라며 "현재 국내 가계 자산 비중을 보면 부동산 80%, 채권∙현금 15%, 주식 5% 수준인데 앞으로는 주식의 비중을 10% 정도까지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러스톤 징기스칸''한국투자 네비게이터'등 집중'러브콜'=하반기에 위험자산 중에서도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증권가의 투자유망 상품 역시 국내투자 상품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특히 트러스톤징기스칸 펀드는 성장주와 가치주에 대한 유연성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좋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가장 유망한 투자상품으로 추천됐다. 국내 주요 11개 증권사 가운데 4개사가 국내 주식펀드로 트러스톤징기스칸 펀드를 추천했다. 이와 더불어 상당수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형으로는 '한국투자 네비게이터'를 추천했고 '한국투자 한국의힘'역시 하반기에 유망할 국내 주식형펀드로 꼽았다. 해외주식형펀드로는 'JP모건 러시아펀드'가 복수추천을 받았고 '미래에셋 브릭스업종대표 펀드'등도 관심을 기울일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대안투자로는 원자재나 귀금속 등에도 관심을 기울일만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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