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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풀렸다지만… 中企 '쓸쓸한 설맞이'

적금 깨 직원에 성과급<br>일감 없어 집단 휴가도


금형업체인 티엘테크의 안용준 대표는 설 연휴 첫날인 13일 고향 방문을 포기하고 인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키코(Kiko) 사태로 거래처가 떨어져나가 일감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연말연시에 공장을 거의 돌리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해외 출장길에 나서기로 한 것. 안 대표는 "주문이 없어 그냥 놀고 있는 직원들 얼굴 보기도 민망해 맨땅에 헤딩하는 각오로 바이어들을 만나 일감을 따오려고 한다"며 "300~500%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대기업들의 소식을 들으면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보다 경기가 다소 풀렸다고는 하지만 주요 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자동차부품이나 전기전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은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한 명절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장을 풀가동하며 연휴까지 반납했지만 보너스는커녕 납품대금마저 제때 수금되지 않아 장기 집단휴가를 떠나는 업체가 속출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섬유가공업체 P사의 김모 대표는 지난주 직원들에게 지급할 설날 성과급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 결혼자금으로 10년간 모아뒀던 적금마저 깨야 했다. 김 대표는 "주요 거래처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해외 주문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연말 성과급도 주지 못했다"며 "은행에서도 퇴짜를 맞다 보니 고향에 내려갈 직원들 차비라도 마련하자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 남동공단의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T사 직원들은 설을 맞아 17일까지 5일간 집단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어차피 일감이 많지 않다 보니 하루라도 더 쉬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T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1년반째 소일거리 수준의 물량만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며 "명절 연휴기간을 늘려도 전체 생산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어 연휴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문량이 밀려 설 연휴도 반납하고 공장을 풀가동하는 등 경기회복의 혜택을 실감하는 곳도 있다. 시화공단의 차부품업체인 D사는 이번 설 연휴에도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공장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만 해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상여금 대신 9,900원짜리 선물세트를 받았지만 올해에는 두둑한 보너스를 손에 쥐게 됐다. 철강유통업체인 강화산업의 김후영 사장은 "올 들어 일부 업종만 경기특수를 누리고 있을 뿐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물량확보나 자금회수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단 주변에서는 3월이 오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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