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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영세상인, '빛고을' 광주서 상생 싹 튼다

롯데마트 수완점, 사업조정 신청후 싸움보단 대화 택해<br>작년 9월 합의안 도출… 담배·쓰레기 봉투 팔지 않기로

지난 9월 지역 중소상인조합과의 상생 합의를 대형마트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낸 롯데마트 광주 수완점내에 담배와 쓰레기봉투를 판매하지 않는 다는 푯말이 걸려있다.

"그렇게 큰 마트가 우리하고도 같이 잘 살아보것다고 허니 기분이 좋소오" 세밑 한파가 몰아 닥친 지난 29일 오전11시. 광주시 광산구 내 아파트 상가에서 만난 A마트 고모(39)사장은 인근 롯데마트 수완점이 담배,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팔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연거푸 '참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에게는 위협적"이라면서도 "그래도 문을 연 이상 이렇게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은 영세 상인들과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하지만 대립각만 세웠던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해로도 기억된다. 자율조정으로 대형유통사와 지역간 갈등을 해결한 곳이 조금씩 늘어가는 가운데 롯데마트 광주 수완점은 대형마트 최초로 지역 상권과의 합의안 도출을 이뤄내 '자율합의'의 시초로 평가받는 곳이다. 롯데마트 수완점은 중기청의 사업조정신청이 접수됐던 첫 대형마트다. 이 지역 1,000여명의 중소상인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광주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이 지난해 8월 수완점의 입점으로 인해 기존 상권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조정신청을 제기했던 것. 하지만 중기청은 '해당 지역이 택지개발을 통해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 지역인 만큼 중소기업 상당수의 수요 감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통해 같은 달 신청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당시 협동조합측과 롯데마트 사이에는 일촉즉발 위기감이 감돌았다. 롯데마트가 출점을 강행하고 신청 기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한 조합측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측은 싸움보다는 대화를 선택했다. 조합측의 사업조정신청 제기를 시작으로 만남을 시작한 두 단체 관계자들은 기각 결정 이후 광주시의 중재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양측의 합의안은 지난해 9월초 극적으로 도출됐다. 김경하 롯데마트 점포개발담당 이사와 양종균 광주광역시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 광주시 관계자 3자간에 나온 합의안 내용은 수완점에서 담배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지 않는 것이었다. 영업시간은 시 주도로 업체간 협의체를 구성해 그 안에서 적정 폐점 시간이 협의되면 그에 따라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민신기 롯데마트수완점 부점장은 "담배와 쓰레기봉투를 팔지 않는 것은 마트 입장에서는큰 손해"라면서 "하지만 양보하는 게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에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양종균 광주슈퍼마켓조합 이사장은 "기존에 영업시간 단축과 행사 전단 배포 금지, 일부 품목 낱개 판매 금지 등 현재 합의된 사항말고도 요구한 것이 많았다"며 그때의 합의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시의 중재 노력을 통해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합의에 이르렀고 롯데마트 측도 지금까지 합의사항을 지켜나가고 있다. 자율합의의 폭은 미미했지만 상생의 주춧돌을 만들었다는데 양측은 공감한다. 양 이사장은 "다른 지역의 중소상인 조합에서도 우리의 합의 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많은 문의를 해왔다"며 "우리가 작지만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최근 이마트 제천점의 사례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자율합의가 계속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발 더 나아간 상생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는 중이다. 조윤식 광주시청 경제정책과 사무관은 "중소상인 및 대형유통업체,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유통발전상생협의회 구성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협의회를 통해 마트 폐점시간 단축을 비롯한 판매 품목 제한 문제, 소상공인 지원책 등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끼리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기관인 중기청에서 기각된 사항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상생 합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광주 수완점 사례가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수완점에 장을 보러 온 송보국(55)씨는 "큰 업체들이 중소 상인들과 함께 사는 길을 찾고 있는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대형마트와의 경쟁으로 골목가게들의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에 따르면 지난 12월31일 현재까지 접수된 사업조정신청은 120건에 이른다. 이중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한 신청은 10건이며 지금까지 업체간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를 본 사례는 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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