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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39돌/증권.투신] 거대공룡과 한판승부 예고

진입 장벽이 없어지면서 외국계 증권·투신사들이 너도나도 국내에 진출, 영역확대를 노리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금융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 공룡과의 한판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이미 합작 또는 지점 형태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는 모두 28개에 이른다. 최근 영국 리젠트 퍼시픽그룹이 대유리젠트증권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을 비롯 굿모닝 환은스미스바니 조흥증권의 경영권도 외국사로 넘어갔다. 또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조지 소로스는 서울증권, 미국 푸르덴셜금융그룹은 한진증권의 공동경영에 나섰다. 씨티 뱅커스트러스트 메릴린치 HSBC 쟈딘플레밍 노무라증권 등 22개 외국 증권사는 국내에 지점을 설립, 영업을 하고 있다. 투신의 경우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코메르츠투신의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템플턴사와 얼라이언스캐피탈은 각각 템플턴투신(43.55%), 한화투신(20%)에 지분 참여했다. 영국 리젠트 퍼시픽그룹은 SK투신(지분 2.5%)에 이어 투신업계 빅3인 대한투신 지분확보도 추진중이다. 이들 외국계 회사들은 법인들을 대상으로 한 도매영업에 치중하고 있다. 지점확충과 인력 확보가 뒤따라야 하는 소매영업에는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별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사들이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갖출 경우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메릴린치 노무라 등의 초대형 업체가 제휴 또는 인수를 통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가능성 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얼마든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리젠트그룹이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해 놓은 대한투신 지분참여를 모색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사이버 트레이딩 전문업체인 이-트레이드의 상륙도 가시화되고 있다. 거대 외국업체와의 진짜 싸움이 발등의 불로 닥친 셈이다. 수수료 인하경쟁, 업무영역 파괴, 진입 자유화 등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국내 업체들에게는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이는 외국사의 경우 고도의 전문인력을 갖춘 데다 자산 운용기법, 정보력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외형면에서도 도저히 경쟁이 안될 정도로 공룡이다. 게다가 수익변화에 맞춰 종업원을 채용하거나 감축하는 유연한 경영구조를 가진 것도 강점이다. 이들 외국사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먼저 우수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양성이 시급하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주로 재무제표에 의존한 보고서를 내놓고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한 분석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신기술 개발이나 신사업에 진출했을 때 「수익성 호전 전망」 「성장성 유망」이란 의견이 고작이다. 직접 주문을 내야 하는 펀드매니저도 기업분석보다는 시세 단말기를 들여다 보는 데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다. 자료 축적 및 자산운용에 관한 노하우의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이전 것이 모두 무시되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더라도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애널리스트들의 전직이 크게 늘면서 생긴 일이다. 심지어 순환인사 차원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외국사들은 해당 업종을 10~20년정도 꾸준히 연구한 베테랑 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전문가 뺨칠 정도로 담당 업종이나 기업에 대해 해박하다. 펀드매니저도 기업 방문을 통한 기업가치 분석에 매달린다. 이들은 최고경영자의 친구관계 취미 사생활까지 면밀히 체크한다. 회사의 앞날이 최고경영자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상품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외국사들은 고객의 나이와 성별, 연간수입, 투자성향 등을 일일이 체크해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공한다. 미국 피델리티펀드의 경우 펀드수가 3,900여개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형 및 공사채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주식형 수익증권은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안정형 안정성장형 성장형으로 구분될 뿐이다. 업체마다 상품 내용도 천편일률적이다. 개인 고객들의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생존의 관건이다.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 자유화와 사이버 트레이딩 확산으로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위탁수수료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신규 수입원을 확보해야만 시황에 울고 웃는 천수답 경영을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종합화로 가거나, 아니면 채권 선물 도매영업 등 특정 부문에 특화하는 전문화의 길을 선택해 하루 빨리 자생력을 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주식 환율 금리 파생상품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는 외국사에 우물안(국내)에서만 논 국내업체들이 대응하는 것은 분명 불리한 싸움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문병언기자MOONB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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