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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경협행사 돌연 취소

'크림 합병 반대' 후폭풍 우려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지난 20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경제협력 행사가 러시아 측의 불참으로 갑작스레 취소됐다. 국제적으로 서방이 러시아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우리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힌 와중에 벌어져 파장이 주목된다.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크림 사태를 계기로 한국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들까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당초 20일 서울에서 알렉세이 울류카에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양국 수출보증 기관들의 협력방안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으나 이 행사가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전격 취소됐다.양국이 맺기로 한 MOU의 내용은 한국 측 무역보험공사와 러시아의 수출보증기관 간 중장기적 협력체계 구축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이를 통해 양국 기업들이 제3국에 동반 진출할 경우 수출보증 기관들이 협업해 기업들이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협력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방한을 취소하면서 이번 MOU 체결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내부 사정 때문에 방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MOU 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 최근 러시아의 크림 병합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가 19일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서방의 입장을 지지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크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러가 추진해오던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들이 잇따라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통해 나진~하산 철도 연결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와 우리의 기술이전을 연계한 협력방안이 진행 중이며 금융 분야에서는 양국 정책금융 기관들이 공동으로 러시아 인프라 개발에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MOU 행사 하나가 취소된 것을 두고 양국의 경제협력 차질을 논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양국 관계가 상당히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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