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은 주문이 담긴 수순이다. 백더러 참고도1의 백1에 차단해 달라고 종용한 수인 것이다. 그러면 흑2 이하 10을 선수로 두고 12로 기분 좋게 공격할 예정이다. 이 코스는 백이 중앙 2점을 삼키고서 아주 망해 버린 그림이다. 고수인 구리가 이 주문에 걸려들 위인인가. 아예 외면하고 백2로 모양을 갖추어 버렸다. 흑3은 이것 역시 주문이 담겼다. 백더러 가에 젖혀 잡으라는 것. 이 한 점을 희생타로 하여 중앙 방면으로 밀고 들어갈 작정이다. 구리는 이번에도 선선히 후퇴했다. 형세가 워낙 유리하므로 몸조심을 한 것이다. 흑5는 조훈현류의 흔들기. 정상적으로 두자면 나에 두어 백 3점을 공격해야 마땅하지만 그쪽은 공격의 효과도 불확실하고 물건 자체의 크기도 양에 차지 않으므로 실전의 5로 아예 중원을 폭파하겠다고 나서 본 것이다. 구리의 백6, 8은 이것 역시 부자몸조심에 가까운 안전한 행마였다. 대형 사고만 당하지 않으면 이긴다는 태세. 흑11 이하 17은 혼신의 힘을 다한 승부수의 연속이다. 그러나 변수는 전혀 생기지 않고 있다. 흑25로 더 좀 용감하게 싸우는 수단이 없었을까. 검토실의 루이, 장주주, 서봉수가 참고도2의 흑1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2 이하 10으로 촉촉수에 걸린다. 오른쪽 5점은 잡지만 그것으로는 어차피 안 된다. (24…이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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