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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조절하는 녹색성장] 배출권거래 부담 줄인다지만 … BAU 재산정 놓고 또 충돌 가능성

업종별 할당 온실가스 감축 의무량 10%씩 완화

기업 "BAU 대폭 올리지 않으면 땜질처방" 우려


정부가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내년 1월에 강행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산업계는 불안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에 올해 수준으로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각 기업에 부담을 안기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확정하지 않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나온 내용은 그동안 시장에 알려져 있던 대책들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배출전망치(BAU) 재조정 역시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업종별로 배정된 온실가스 감축 의무량을 10%씩 완화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각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조금 더 뿜어낼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큰 철강업종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월에 확정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철강업종은 내년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238만톤 줄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부담을 10% 완화해주기로 해 철강업체들로서는 23만8,000톤의 여유가 더 생겼다. 결과적으로 완화분을 빼면 내년에는 약 214만톤의 부담만 지면 되는 셈이다. 정부는 최소한 올해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의 매매가가 급등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 비축물량을 푸는 '기준가격'을 톤당 1만원으로 정해 기업의 과징금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의 핵심인 BAU를 대폭 상향하지 않을 경우 이번 대책이 '땜질 처방'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BAU는 현재 추세를 봤을 때 미래에 뿜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뜻한다. 기업들은 이렇게 업종별로 할당된 BAU를 기준으로 일정 수준을 감축해 연간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나눠 갖게 된다. 정부가 2011년에 예상한 2020년 기준 BAU는 7억7,600만톤이었다. 박일영 기획재정부 미래정책총괄과장은 "현재 2020년 이후 BAU를 산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2015~2020년의 BAU도 다시 검토할 방침"이라며 "이 결과와 기존 BAU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새 분석 결과를 제도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현재 BAU가 지나치게 과소 책정돼 반드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측정치를 기준으로 BAU를 계산하면서 기업의 늘어난 투자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경련이 예상한 2020년 BAU는 8억9,900만톤으로 정부 전망치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매년 감축률을 10% 완화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감축률은 매년 커지도록 설계돼 있어 BAU 조정 없이는 기업 부담 증대가 불가피하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BAU를 재검토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모델도 없고 결과에 따라 민간 기업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일단 제도가 시행되면 향후 더 큰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숨 가쁘게 진행해온 녹색성장 '패스트무버(Fast Mover)' 전략을 이번 기회에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주저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우리만 무리하게 서둘러 도입하면서 산업경쟁력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유럽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가 시행하지 않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무리하게 진행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법상 시행이 불가피한 만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간접 배출 및 발전업종에 대한 감축률 확대 등 부담완화 방안을 이달 중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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