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0나노미터(㎚) 64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를 선보이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20㎚ 128Gb 반도체를 개발, 새로운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또 오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200억달러 이상의 신시장이 열려 실적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도시바를 비롯한 경쟁기업의 추격속도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삼성전자 연구원들이 30㎚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2010년까지 반도체 생산장비가 40㎚급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였다. 40㎚밖에 생산할 수 없는 장비로 30㎚ 이하 제품을 양산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핵심기술이 바로 SaDPT(Self-aligned Double Patterning Technology). SaDPT는 우선 60㎚의 간격으로 노광(포토)공정을 거친 웨이퍼의 패턴과 패턴 사이에 또 다른 패턴을 식각(에칭)공정으로 형성시켜 간격을 절반인 30㎚로 만드는 기술. 기존에는 2번의 포토공정으로 2개의 패턴을 만드는 DPT 기술이 개발돼 있었지만 2장의 포토 마스크 사용으로 원재료 부담이 큰데다 불량률이 높아 양산기술로는 적용이 불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에다 지난해 개발한 전하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저장하는 CTF를 결합하면 기존 40㎚ 장비에서 20㎚ 256Gb 낸드플래시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SaDPT 기술은 단지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30㎚급 D램 및 기타 메모리에도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억달러 신시장이 열린다=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지난 8월 64Gb 이상 낸드플래시 시장이 2009년 8억5,000만달러에서 2010년 66억6,000만달러, 2011년 208억1,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64Gb 제품을 8장 쌓으면 64기가바이트(GB) MP3 플레이어, 128GB 메모리카드, 256GB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등을 출시할 수 있다. 128GB에는 DVD급 화질 영화 80편(124시간)이나 일간지 800년분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또 40명 개개인의 모든 DNA 유전자 정보를 동시에 저장할 수 있어 바이오시대 저장매체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현재 노트북컴퓨터 위주인 SSD 시장이 캠코더를 비롯한 디지털기기와 기업용 서버 등 대용량 스토리지 시장으로 확대돼 기존의 하드디스크(HDD)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준영 삼성전자 상무는 “2009년부터 30㎚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경우 80% 이상의 수율(생산량 중 정상제품 비중)을 자신한다”며 앞선 기술력을 자랑했다. ◇피말리는 경쟁 예고=삼성전자가 현재까지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도시바ㆍ하이닉스ㆍ인텔 등 후발업체들의 추격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올 9월 일본에 300㎜ 낸드플래시 전용공장을 준공한 세계 2위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43㎚ 공정을 적용,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40㎚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 역시 내년 4월 청주에 300㎜ 낸드플래시 공장을 준공, 40㎚급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인텔과 마이크론의 합작사인 IM플래시 역시 40㎚급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전 상무는 “현재 도시바를 비롯한 경쟁업체에 비해 0.5세대 정도 기술력이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쟁업체들의 동향을 살펴가며 양산시기를 예정보다 더 앞당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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