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를 내년 1·4분기 중 상장하기로 한 것은 삼성이 사업구조 재편을 넘어 이제 본격적인 지배구조 재편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삼성에버랜드가 3세 승계 및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너 패밀리 지분이 절대적인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3세들의 지분가치가 현실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주회사 설립 및 합병, 상속세 납부 등 그동안의 난제들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3세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 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 지배구조의 양축 중 하나인 삼성SDS가 지난달 연내상장을 결정한 데 이어 3일 삼성에버랜드까지 상장하기로 하면서 3세들이 보유한 주요 비상장사의 상장이 마무리돼 앞으로 3세들의 지배구도가 확실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날 이사회에서 상장추진을 결의한 배경으로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의 성장'을 내세웠다. 패션·리조트·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을 상장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낙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최대 걸림돌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제외한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후계자인 이 부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율이 1%가 채 안 된다.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업계는 삼성그룹이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마련과 안정적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비상장사인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마지막 수순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그룹 내 핵심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과 삼성에버랜드와의 합병 등이 거론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이 거의 이뤄졌다"며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한 뒤 내년에 상장하는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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