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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답' 정책이 블랙아웃 위기 불렀다

싼 전기요금 고수하며 원전 확대에만 올인<br>"공급서 수요 중심으로 전력정책 확 바꿔야"


#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한 3일 오후2~5시. 우리나라 예비전력은 300만~400만kW대를 계속 오갔다. 전력수급이 본격적인 비상단계에 들어가기 직전인데도 상황은 위기 직전에 다다랐다. 그나마 정부가 변압기 탭 조정 등 수급대책을 통해 100만kW를 확보했기에 이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 전력당국의 전력수급상황실은 오는 6일 현충일 휴일이 목요일인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통상 전력수요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정점을 찍는다. 갑작스러운 원전 무더기 가동중단에 초여름 무더위까지 덮치면서 이번주 목요일은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원전 위조부품 파문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국가 비상상황이나 마찬가지인데 전력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싼 전기요금을 고수하며 원전확대에 올인해온 정부 전력정책이 결국 부메랑이 돼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수답(원전만 바라 보는)' 정책이 블랙아웃 위기를 초래했다"며 "지금이라도 전력대책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2기의 가동이 중단됐음에도 일별 최대 전력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평일이었던 지난달 29~31일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보다 1.2~2.8% 늘었다.



이날도 전력사용이 늘면서 올 여름 두번째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전력거래소는 오후1시31분을 기해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전력경보는 원전이 무더기로 가동 중단되기 전인 지난달 23일에도 한 차례 발령됐다.

정작 큰 고비는 6월 둘째주부터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둘째주에는 정부가 수요감축 조치를 취해도 예비전력이 250만kW 수준까지 떨어져 전력수급 '관심' 단계가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전력이 이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1기라도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당장 순환정전에 돌입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 정책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정부가 원전확대 위주 공급정책에서 가격개선 등 수요정책으로 바꿀 타이밍을 놓쳐 이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 전력을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전력수급 시스템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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