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의 “상대방을 죽여야만 내가 사는 ‘검투사’가 전생의 직업 아니었겠냐”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한미 FTA 수석대표를 비롯한 양측 협상단은 벼랑 끝에서 피말리는 전투를 계속했다. 진통을 거듭하다 재연장전까지 치른 양국의 글래디에이터들은 최종 시한인 2일 오후1시를 15분여 앞두고 피곤에 지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 ◇시계 제로 협상=지난 3월26일 마지막 장관급협상이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됐지만 협상시한을 하루 앞둔 30일까지 양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농업 고위급 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시한을 채 이틀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29일 저녁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전화로 정상회담을 한 뒤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하자”고 약속하면서 협상 분위기는 조금 좋아졌으나 30일 노 대통령의 중동순방 귀국 후에도 협상이 쉽사리 풀려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30일 오후3시쯤 미측이 협상연장 의사를 우리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다. ◇연장, 또 연장=당초 정부가 밝힌 협상시한은 31일 오전7시. 30일 자정을 넘어서면서 시한연장 가능성을 양측이 협의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설마 하던 협상 연장은 31일 새벽2시쯤 확실히 윤곽을 드러냈고 이날 아침7시40분 김 수석대표가 “4월2일 새벽1시까지 협상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1일에도 협상장인 하얏트호텔을 뒤덮은 짙은 황사만큼이나 협상전망은 불투명했다. 최대 쟁점인 농업에서 우리 측은 최후통첩을 했지만 미국 측의 답변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오후부터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또 연장시한을 넘겨 진짜 협상시한인 2일 오후1시까지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결국 통상교섭본부 홍보기획관이 연장시한인 2일 새벽1시를 10분 앞두고 나타나 “협상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막판 진통…옥동자일까=2일 새벽3시를 넘어서면서 꽉 막혀 있던 협상이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쇠고기 검역 문제의 가닥이 잡히고 자동차는 새벽까지 협상을 계속해 이날 오전6시쯤 양측간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섬유와 투자 부문에서 쟁점이 남았지만 이날 오전8시를 넘어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섬유에서 예상 외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해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개최, 섬유 등 남은 쟁점을 양보해 협상을 타결하는 쪽으로 굳혔다. 노 대통령의 재가도 떨어졌다. 양측은 낮12시30분쯤 최종 타결안에 합의했으며 이 소식이 15분쯤 후 통신과 방송ㆍ인터넷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진통과 연장을 거듭한 한미 FTA 협상이 옥동자를 출산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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