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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이 소비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겨울 모피류에 이어 봄철 의류까지 소비가 부진해 패션 매장이 70% 이상인 백화점 매출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지난 4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1%대에 그쳤다. 백화점들은 이 같은 부진이 이상기온뿐 아니라 경기불황과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백화점 기피 등 보다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봄 세일이 끝난 직후인데다 예년의 경우 할인행사가 드물었던 5~6월에도 대규모 할인전을 지속해 '상시 세일'을 방불케 하는 공세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주 말 백화점 3사가 행한 행사장 할인전의 경우 준비물량만 각 20억~40억원대에 달해 '또 한번의 봄 세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윤달 이후 혼수 수요를 감안, 9일 일산점을 시작으로 주요 점포를 순회하는 '모피 특집전'을 연다. 명품 브랜드의 할인전도 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4일부터 23일까지 로베르토카발리ㆍ마르니ㆍ스텔라매카트니 등 20여개 수입 브랜드 제품을 30~50% 할인하는 '명품 여성 의류 스페셜 제안전'을 연다. 이후 24일부터 28일 지미추ㆍ마놀로블라닉ㆍ마이클코어스 등이 참여하는 '명품 슈즈ㆍ백 특집전'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10일까지 '수입 의류 패밀리 세일'을 열어 가이거ㆍ말로 등의 브랜드를 30~60%가량 할인하고 일부 상품의 경우 10% 추가 혜택을 준다. 신세계는 6월15~21일 가전제품 할인행사인 '스텝 인 투 더 쇼'를 편성한다. 런던올림픽 가전 수요를 겨냥해 대형 가전을 경품으로 내거는 등 규모를 대폭 키울 방침이다.
사은품도 고급-대형화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총 1만석 규모의 인기가수 대형 공연을 무료로 주관한다. 10일까지 2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6월20일로 예정된 '김건모 빅쇼' 티켓 2장을 증정한다. 이 공연은 전석이 백화점 이달 구매고객으로 채워진다. 신세계는 올봄 세일 기간에 독일 주방용품 브랜드인 WMF의 소스팬ㆍ믹싱볼 등을 사은품으로 증정해 '조기 매진'을 기록했다. 3월에는 수입 식자재 브랜드로 명성이 높은 '딘앤델루카' 꿀을 사은품으로 증정했고 구미권 유명 디자이너와 잇달아 협업해 가방ㆍ머그컵ㆍ우산 등을 사은품으로 선보이는 등 집객력을 높이는 데 사은품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백화점 매장도 '불황형'으로 변신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달 24일 '마지막 효자' 품목인 아웃도어와 골프의류 매장을 통합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양 복종이 경쟁적으로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어 고객 동선을 줄여 시너지를 주려는 목적"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롯데 본점은 3월 2층 여성 매장의 구성도 변경했다. 매장 간 경계를 허물고 고객 동선을 확보하는 등 쇼핑의 여유로움을 부각시켜 현재 '상종가'인 패스트패션(SPA) 매장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또 20~30대가 선호하는 화장품ㆍ잡화 매장을 1층에 이어 지하1층까지 확대 편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고유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실속을 높이기 위한 업계의 고민이 깊다"며 "할인상품의 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는 등 고객을 끌기 위한 물밑전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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