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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추악한 비밀을 안다면…
입력2006-02-19 16:33:48
수정
2006.02.19 16:33:48
영화 '손님은 왕이다' 리뷰<br>첫 주연 맡은 성지루 연기 인상적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이발사의 뺨을 때린다. 처음 한 두 대는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열 대가 되고 스무 대가 되고, 이발사는 점점 공포스러워 진다. 나중엔 발로 차고 짓이긴다. 이발사는 남자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꺽꺽 울기 시작한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야비한 미소를 띈 채, 이발사에게 말한다.
“다음엔 오늘 내놓은 돈의 두 배를 준비해 놔.” 이발사는 도대체 왜 아무 말도 못할까. 정체불명의 그 남자는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것일까.
23일 개봉하는 영화 ‘손님은 왕이다’의 한 장면. 영화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협박’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무 이유도 대지 않고 협박하는 남자. 또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당하기만 하는 남자. 그렇게 흥미롭게 영화는 출발한다. 약점 잡힌 인간이 무기력하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옆에서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변두리에서 3대째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소심한 이발사(성지루). 그의 평화로운 일상에 협박자 김양길(명계남)이 찾아온다. 그는 “너의 더럽고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말 한 마디로 나타날 때마다 정확히 두 배의 돈을 뜯어간다.
이발사의 예쁜 아내(성현아)에게 수작도 걸기도 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반성할 틈도 없이 남자는 사채까지 빌려 협박자에게 뜯긴다. 참다 못한 이발사는 해결사(이선균)를 찾아가 협박자의 정체를 파헤쳐달라고 부탁한다. 정체는 알긴 알았는데…. 이 복잡한 상황에 해결사까지 얽혀 버렸다.
일단 영화는 극도로 단순화시킨 배경에 눈길이 간다. 검정과 흰색만으로 장식된 이발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협박극.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심리를 긁어내는 감독의 능력은 탁월하다.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이 남자의 약점이 드러나지만, 그 이후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상황 전개에 객석은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후반부, 협박자의 정체가 완벽히 드러나면서 갑자기 ‘명계남 헌정영화’로 돌변한다. 허구와 실제를 버무린 영화는 막판에 반전의 재미보단, 앞부분의 팽팽한 긴장감의 끈을 단번에 놓아 버리게 한다.
지난 몇 년간의 행보로 명계남에 대한 대중들의 적지않은 ‘비(非)호감’은 차치하더라도, 전반부 재기 넘치는 스릴에 비하면 뒷맛은 영 개운찮다. 첫 주연을 맡은 이발사 역의 성지루의 연기는 단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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