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닭’이다. 23일 돼지의 사육 환경 문제를 다뤘던 KBS 1TV ‘환경스페셜’이 우리나라의 열악한 닭 사육 환경과 항생제 남용 문제를 지적하는 ‘특집 동물공장-2편 산란기계, 닭’(사진)을 30일 오후10시에 방송한다. 닭은 흙바닥 위에서 먹이를 찾아다니고 둥지를 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동물. 하지만 우리나라 닭 사육장의 닭들은 가로, 세로 30cm 크기의 우리에 3마리씩 길러진다. 비좁은 크기 때문에 두 마리 정도만이 겨우 머리를 우리 밖으로 내밀 수 있고 한 마리는 항상 두 마리 밑에 깔린 채 지내야 한다. 그만큼 닭 사육장에서 크는 닭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적 성향을 띈 닭은 옆의 닭이 죽을 때까지 부리로 쪼아대기도 한다. 때문에 농장주들은 닭의 부리를 칼로 잘라낸다. 이 과정에서 부리의 뼈, 연골, 근육 신경 조직이 잘려나가기도 한다. 부리를 잘린 닭들은 자신의 몸을 다듬지 못할 뿐 아니라 물과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공부화된 병아리의 40%에 이르는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보내진다. 육계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암탉들의 산란율의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농장주들은 닭을 보름 동안 굶긴다. 보름 정도가 지나면 굶주린 닭들은 몸의 털이 빠지며 다시 굵은 알을 낳기 시작해서다. 닭을 동물이 아닌 산란 기계로 보는 것이다. 제작진은 열악한 사육환경은 가축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이는 면역력 저하와 항생제 투입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제작진은 항생제를 쓰지 않고 닭을 키우는 제주도 바람골 양계장의 사례를 알아본다. 연출을 담당한 구중회 PD는 “닭도 하나의 생명체이고 항생제의 남용은 우리의 건강 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만큼 자연 축산에 대해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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