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약회사가 카피약의 시험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약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증시에서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시장 공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카피약 파문’이 터짐에 따라 앞으로 대형업체 위주의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업체들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6일 의약품지수는 코스피지수가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와중에도 전날보다 0.78%의 하락한 가운데 장을 마감했다. 지난 25일 식약청의 조사결과 총 101개 카피 의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가운데 43개 품목이 시험결과를 조작했거나 조작이 의심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미약했던 제약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 시험조작이 드러난 환인제약은 하한가까지 떨어진 1만2,750원에 장을 마쳤고 신일제약과 삼천당제약도 각각 5.45%, 4.84% 급락했다. 동아제약도 1,400원(2.11%) 하락한 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날 실적을 발표한 유한양행도 전날보다 0.93% 하락했다. 한화증권은 “이번 식약청 조사 결과 조작 또는 조작의심 품목이 전체의 42.6%에 달할 정도로 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시장의 과다 경쟁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파동이 업체 차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기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7조~8조원 규모의 제약시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만 무려 300개에 달할 정도로 제약업계에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며 “이번 같은 의약품 파동은 기술력 있는 대형업체들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만료후 출시된 개량신약(제너릭)에 성장을 의지해온 것이 출시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시험 조작 사태를 초래한 만큼, 결국에는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사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증권도 “미국이 FTA협상을 통해 다국적회사의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특허 연장과 제네릭 출시 지연을 원하고 있어, 대다수 국내 제약업체들이 의지하는 제네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제약업종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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