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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겨울 바람에도 온기가" 봄오는 금강산 관광
입력2000-02-22 00:00:00
수정
2000.02.22 00:00:00
금강산 옆 고성항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 붉은 글씨의 커다란 현판이 관광객을 맞이했다. 입국심사를 하는 북한 관리들의 표정은 환영하는 것도 아니고 적대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무덤덤했다. 그나마 남한 관광객이 15만명이나 다녀가면서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한다.관광객들은 금강산을 본다는 설레임과 북한 땅을 밟는다는 기대감에 모두가들뜬 표정이었다. 그동안 금강산은 갈 수 없기에 더욱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이었다. 기기묘묘한 바위산, 절벽 사이사이에 절묘하게 솟은 소나무, 크고작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수많은 소(沼)와 담(潭), 풍진 인간세상을 압도하는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세 등은 초등학교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오지 않았던가.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을 보는 것이 소원이다(願生高麗國 親見金剛山)」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마저 이렇게 금강산을 동경했을 정도다. 1926년 내한한 스웨덴의 구스타브 국왕은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하신 여섯날 중 마지막 하루는 금강산만을 만드는 데 보내셨을 것이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쭉쭉 뻗은 미인송으로 둘러싸인 온정리, 금강산 4대 사찰이었던 신계사 터를 거쳐 구룡폭포로 오르는 길. 금강산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제법 매서운 겨울 바람에도 훈기가 있었고, 양지에는 겨우내 쌓인 눈도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다.
비로봉에서 내린 물이 모여 만든 비취빛의 옥류동과 2개의 옥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연주담을 지나 구룡폭포에 다다랐다. 100여M나 되는 벼랑에서 하얗게 얼어붙은 채 떨어지는 폭포가 장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음날은 금강산 제1경으로 치는 만물상으로 가는 길. 뱀이 똬리를 튼듯한 106개 굽이길을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귀면암을 시작으로 기묘하게 생긴 암벽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북이 나타나더니 어느덧 토끼도 보이고 선녀도 보인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만물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천선대에 올랐다. 만물상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오만가지 형상의 동물들이 주위를 둘러싼다.
『아, 너무 좋다!』
여기저기서 신음처럼 들려오는 감탄사. 천선대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관광객 안내 조장인 장혁순씨가 한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별의별 사람들이 다 오는데 그중에는 「묻지마 관광」도 끼여있다는 것이었다.
『진짜 부부와 가짜 부부의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장씨에 따르면 일단 유람선의 술집에서 탁자위에 안주를 이것저것 무더기로 쌓아놓고 다정하게 얘기하고 있으면 「묻지마 관광」이란다. 진짜 부부는 기껏 마른안주 하나 정도거나 캔맥주 하나 시켜놓고 나눠먹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또 산을 오르면서 서로 끌어주면 가짜 부부이고, 떨어져서 무뚝뚝하게 걷고 있으면 「백이면 백」 진짜 부부란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한 30대 여성이 슬그머니 남편의 손을 잡았다. 이를 본 50대 아저씨가 씨익 웃었다. 그 여성도 볼이 빨갛게 물들면서 쑥스러운듯 미소를 지었다. 금강산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글 (금강산)=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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