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원 이상이 기대되는 SK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 사내 벤처처럼 시작한 바이오 사업에 지난 2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한 결과다. SK그룹은 그동안의 꾸준한 투자가 그룹의 신성장 동력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용 신약이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임상 3상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제한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을 마친 후 다수의 환자에게 신약을 시험하는 단계다. SK바이오팜은 이 분야의 세계 1위 제약사이자 협력사인 미국 재즈사와 오는 2017년까지 임상 3상을 끝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2018년 신약을 시판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재즈사와 맺은 기술 수출 계약에 근거해 제품 매출액에 따라 로열티 수입을 올리게 된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SK바이오팜이 한국·중국·일본 등 12개국 시장에서 판권을 갖고 있어 직접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면증·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장애 환자들을 겨냥한 전 세계 치료제 시장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원)이며, 연평균 6%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뿐만 아니라 뇌전증(간질), 만성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신약 등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특히 2018년 시판 예정인 뇌전증 신약은 연 매출 1조원 이상으로 관측되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성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신약은 미국과 국내에서 임상 2상 시험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내년 1·4분기께 글로벌 제약업체로의 기술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2018년을 전후로 SK바이오팜은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3년부터 20년 이상 신약 연구에 매달린 끝에 빛을 보는 것이다.
당시 SK㈜는 바이오 사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성과가 날 경우 고수익이 보장되지만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 특성상 소수의 전문 인력을 영입해 사내 벤처처럼 운영했다. 이어 1996년에 국내 회사로는 최초로 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하면서 경영진도 사업 육성의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SK㈜는 관련 사업 부문을 분할해 2012년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지난해에는 SK㈜가 1,000억원을 들여 SK바이오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자금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은 SK㈜에서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총 15개 신약 후보 물질의 FDA 임상 시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조대식 SK㈜ 사장은 "현재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수면장애, 뇌전증, 만성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신약은 경쟁력이 탁월한 신약 후보 물질"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바이오팜의 성공은 SK㈜와 SK C&C가 합쳐져 8월 출범할 새 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사는 SK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의 견인차 역할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뿐만 아니라 SK케미칼·SKC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케미칼의 경우 지난달 착공한 경북 안동의 혈액제 공장을 생산기지 삼아 전 세계 혈액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SKC는 지난해 10월 천연화장품 원료를 주로 생산해 오던 바이오랜드를 인수, 바이오 소재·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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