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소득 2만달러 이루려면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채 5개월이 안되었는데도 벌써 꽤 긴 시일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그만큼 어려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북핵위기와 이라크 전쟁, 사스 등으로 경제가 뒷걸음질쳤고, 지금도 불황의 그늘이 청년실업자와 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전체 국민들을 시름겹게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동계는 물론 공익 기관인 학교와 은행, 철도 등의 종사자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고, 지역주의적 갈등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장차 경제발전은 고사하고 중남미처럼 후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마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현재의 경제난국을 돌파할 구심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줘야 할 때이다. 특히 국민들의 여망을 담아낼 국정비전을 잘 설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과거 초대 정부는 `통일`, 문민정부는 `세계화`, 국민의 정부는 `남북화해협력`를 각각 국정비전으로 제시했지만 별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 같다. 반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잘 살아보세`라는 절박하고 간결한 목표를 내걸어 기업과 근로자들을 포함해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중진국 진입에 성공했다. 국정비전을 올바로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엇을 담아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교훈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중장기 국정비전으로 설정한 것은 매우 의미있고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경제는 지난 95년 처음으로 국민소득 1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8년 동안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내 몫을 찾으려는 목소리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각자의 몫을 충분히 분배할 수 있을 만큼 우리 경제의 파이가 커 나가지 못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비전이 바뀌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의 방향제시가 분명하지 않고 후속 조치들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 주체들도 이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비전은 `동북아 경제중심`이었고, 아직도 형평이나 경제사회의 시스템 개혁을 중시하는 정책기조가 여전한 실정이다. 이렇게 국민들이 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비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바뀐 비전의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구체화하고 그 메시지를 경제 주체들에게 전달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국정비전, 즉 `2만달러 시대`에 맞는 코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핵심은 성장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기업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조건은 왕성한 기업의욕과 투자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나 일본 등도 5년 이상 연평균 10% 전후의 투자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비로소 2만달러 시대로 진입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지난 잃어버린 8년 동안 설비투자 증가율이 3% 수준에 머물렀다. 선진국에 이르는 길로 경제시스템 개선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은 아닌지 반성할 대목이다. 지금도 IMF 이전의 투자실패를 이유로, 혹은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기업을 비난하고 투자에 족쇄를 채우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래서는 기업의욕과 투자가 살아나기 힘들다.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이 꽃피기 어렵다. 투자는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을 올바로 평가해 주는 풍토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경쟁국인 핀란드의 경우 GDP의 15%를 차지하는 노키아에 대해 거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 역시 하나의 가문이 5대째나 세습경영체제를 유지하며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또 에릭슨, 볼보 등 IT와 자동차 부문은 물론 은행, 항공, 제약업종까지 겸영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다고 한다. 국내 S그룹이 지난해 6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성장과 수출에 각각 5%와 20% 가깝게 기여했지만 오히려 재벌이라 하여 배척받는 점과 크게 대조적이다. 얼마 전 우리가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세계시장에서 10위권에 드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어느 외국계 컨설팅사의 지적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기업들은 세계일류를 향해 나아가기에는 많은 핸디캡을 안고 있다. 아무쪼록 국정비전을 `2만달러 시대`로 설정한 것을 계기로 이 같은 기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를 바란다. 위정자와 국민 모두 기업인들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의욕을 북돋아 준다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이 많이 나오고 그토록 고대해 마지않던 선진국의 대열에 성큼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성(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