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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부산·경남

20~30대 노무현도 괜찮다 50대이상 뭐라해도 이회장부산ㆍ경남(PK)민심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단일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PK는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 '안방'이었다. 역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곳에서 얻은 득표율만 따져봐도 이 지역의 한나라당 강세를 짐작할 수 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간판을 단 문정수 후보는 국민회의(민주당 전신)의 노무현 후보를 무려 14%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문 후보는 50.2%, 노 후보는 36.8%를 기록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53.8%를 얻어 13.7%의 득표율에 그친 김대중 후보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이때는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30% 득표)가 이 후보의 지지표를 상당부분 잠식했다. 결국 PK지역은 '반DJ' 정서가 최고 80% 안팎인 지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 여러 곳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심상찮다. '부산=한나라당 안방'이라는 전통적인 공식으로는 부산민심의 향방을 설명할 수 없다. 1일 부산역에서 만난 회사원 최영일(30ㆍ수영구)씨는 "노무현이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점이 맘에 든다"고 강조한 뒤 "정서에 맞는다"며 노 후보 지지를 밝혔다. 주부 박현정(33ㆍ경북 창원)씨는 "옛날 (5공)청문회때도 생각나고. (노 후보가) 그때 스타였잖아요. 남편과 애(여ㆍ6)가 자꾸 노무현 찍으라고 하데요"(웃음)라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한 여성의 대답은 좀 신중했다. "좀더 지켜볼라 캅니다. 아직 노무현이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라고 그는 답했다. '노 후보가 싫어서냐'고 묻자 "그런 것은 아니다"며 "정책도 보고나서 뽑자는 것 아닙니꺼"라고 말했다. 뉘앙스는 노 후보 지지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부산서 만난 20~30대의 시민들은 대부분 '노 후보가 깨끗하고 정서에 맞다'는 말을 많이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40대층 일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부산 서면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최낙성(46) 씨는 "부산이 (전통적으로) '반DJ정서'는 맞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노무현이가 DJ양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은 잘 없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시장서 만나는 사람도 '노무현이는 어떻노'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달라진' 부산민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50대을 넘는 시민들은 단연 "이 후보 지지"를 연발한다. 무직인 이영희(63) 씨는 "뭐라해도 이회창 아이가"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후보가 어떻게 좋으냐"고 하자 "당 아니가, 당"이라고 말했다. 당 보고 찍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씨는 "이회창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충고(?)를 빼먹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이번에는 부산지역서 "고생 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 지지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보인다. 이규빈(69ㆍ남구) 씨도 "노무현이는 대통령 될 사람은 아닌 것 같드라"며 '자질론'을 강조했다. 마침 이 후보가 부산역앞 유세에서 "부산에 이상한 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걱정없겠죠"라고 청중에 묻자, 이를 듣던 이 씨는 크게 "예에"라고 대답하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기자가 '광주에서는 노 후보의 지지율이 90%를 넘는다고 한나라당이 그러지 않냐'며 지역감정을 얘기하자 "(지역감정이 남아) 있어도 과거에 비하면 약할 것"(최씨), "막판에는 결국 (지역감정 영향으로) 표가 한쪽으로 쏠릴 것"(현지 한 관계자)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모 횟집에서 일하는 이영자(44)씨는 "이번엔 잘 찍어야 '빙신'소리 안듣지"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김모(44)씨는 "부산은 피란시절 전국 각지의 사람이 모여들었던 곳으로 지금도 그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아마도 '전라도 표'(노 후보 지지표)가 20%는 될 것이며 노무현이 바람을 타면 30~40%는 훌쩍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둔 부산민심은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계층간 차이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 한 관계자는 "세대간 대결양상"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선 초반전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부산에서의 기싸움"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풍이 미풍으로 사그러드느냐, 아니면 더 큰 바람으로 가느냐는 부산민심의 향방에 달렸다"며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부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부산은 이미 이 후보, 노 후보 모두에게 '적진'이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지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며, 승패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후보가 어떤 전략으로 부산을 '수성'하고, '탈환'할지 흥미진진하다. 김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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