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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코 빠뜨린다’는 말이 있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려 마무리만 남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일, 특히 실수가 생겼을 때 하는 말이라고 알고 있다. 골프에서도 이런 것이 있다. 바로 티 샷을 잘 날렸다고 생각하고 페어웨이에 가보았더니 볼이 디보트에 떨어졌을 때 그런 느낌이 든다. 디보트 속에 들어 앉은 볼을 보면 맥이 탁 풀려버리기도 하지만, 미스 샷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디보트에서 하는 샷은 프로인 나로서도 어렵다. 만약 앞선 플레이어가 에티켓을 발휘해 모래로 자신의 디보트를 덮어 두었다면 그렇게 두렵지 않을 것이다. 모래로 곱게 덮여있는 디보트는 볼만 깨끗하게 때릴 수 있다. 일종의 페어웨이 벙커샷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앞에 턱도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은 벙커 샷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드레스 때 볼의 위치를 한 개 가량 오른쪽으로 조정한 상태로 셋업을 한다. 볼을 오른쪽에 놓이도록 스탠스를 옮기면 임팩트 때 클럽 페이스에 볼을 직접 맞히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클럽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거리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면 한 클럽을 긴 것을 선택해서 그립을 조금 짧게 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백스윙 할 때는 머리를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러면 백스윙은 자연스럽게 작아지게 될 것이다. 풀 스윙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최대한 머리의 축을 확보하는 만큼만 백스윙을 함면 스윙이 간결해지고 임팩트 때 볼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다운스윙으로 전환한 다음에는 볼을 향해 예리한 각도로 내리치듯 스윙해야 한다. 디보트 샷은 쓸어치기 보다는 박아 치는 기분으로 스윙해야 결과가 좋다. 완만하게 쓸어 치면 뒤땅을 칠 위험이 있다. 페어웨이에서라면 어느 정도의 보상이 가능하지만, 모래 위에 떠있는 볼은 60% 정도의 위력밖에 내지 못한다. 앞에 물이라도 있으면 낭패를 보기 딱 좋은 상황으로 전개된다. 걷어낸다는 기분으로 샷을 하기 보다는 펀치샷을 구사하듯 내리 쳐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볼이 디보트 속에 3분의 1정도 잠겨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때는 볼의 위치를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정도 오른쪽으로 옮겨놓고 샷을 해야 한다. 완전히 펀치샷을 치듯 스윙해야 한다. 볼을 향해 힘껏 내리치되 ‘디보트 속에 디보트를 낸다’는 기분으로 샷을 한다. 핀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직접 온 그린을 노릴 수 있겠지만, 7번 아이언 이상의 거리가 남아있다면 우선 볼을 빼는 것을 목표로 하기 바란다. 욕심을 내다가 자칫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주변에 비슷한 상황의 디보트가 있다면 한 두 번 정도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반드시 자신이 낸 디보트는 스스로 또는 캐디에게 말해 보수하고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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