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금융업에 진출하며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돌풍을 일으킨 알리바바는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으로 100조원 규모의 돈을 굴리고 있으며 애플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통해 금융 시장을 넘보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은행 없는 은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하는 등 기존 은행사업자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시중 은행 6곳(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의 스마트금융 담당자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스마트 금융의 흐름과 은행업의 미래에 대해 물어봤다.
◇대면과 비대면을 합친 '옴니채널'이 해법=시중은행 담당자들은 스마트금융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인력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원과 직접 상담이 가능한 대면채널이 인터넷, 은행자동화기기(ATM), 모바일 등의 비대면 채널과 융합된 '옴니채널'을 구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례로 직장인이 전세자금 대출을 위해 은행원과 나눈 이야기가 추후 데이터로 취합, 스마트폰이나 ATM 이용시에도 연계 상품을 노출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옴니채널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금융은 스마트폰 출시 이후 24시간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진 상황을 감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기존 인터넷 뱅킹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면채널 인력이 일선현장에서 금융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태블릿 브랜치'와 같은 형태로 활용돼 비대면 채널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서비스를 기반으로 은행 지점이 문을 닫은 후에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상시채널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앱이 하나의 지점(branch)인 시대=시중은행 담당자들은 일선 지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그 빈 공간은 모바일 앱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은행들은 현재 앱에서 예금 이체는 물론 대출이나 금융 상품 소개, 모바일 상품권 구입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서현주 신한은행 부행장(마케팅지원 그룹장)은 "고객이 은행 앱 하나를 지우면 지점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예전에는 은행이 지점을 개설할 권리를 가졌지만 이제는 고객이 언제든 앱을 지울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은행들은 앱에서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자환경(UI)과 이용자경험(UX)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9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앱을 출시한 후 매달 한 번가량 앱을 업데이트하는 등 최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앱 구동력을 높이기 위해 8월 앱 기능을 분리, 2개의 다른 앱을 각각 서비스 중이며 기업은행은 반대로 기존 앱을 합친 통합앱을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금융 미래.. 결국 당국 손에=시중은행 담당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이 국내 스마트금융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스마트 금융 확산에 따라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오프라인 지점이 필요없는 인터넷전문 은행을 꼽았다. 실제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2000년 이후 총 자산이 연평균 19%씩 증가, 올해 4,582억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등 기존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또한 연 평균 32%의 고속성장을 하는 등 스마트폰 도입 후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은행원과의 대면접촉이 필수인 금융실명제를 비롯, 보안 이슈 등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정책 변화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에 7,400여 지점을 갖고 있는 시중 은행들이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가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국내 진입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반면 국내 은행의 자생력은 그만큼 뒤처지게 하는 측면도 있다"며 "언제 금융 정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 은행 또한 내부적인 준비를 착실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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