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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농업 세대교체
입력2003-07-29 00:00:00
수정
2003.07.29 00:00:00
얼마 전 농민들이 한ㆍ칠레 FTA를 반대하며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다. “농업에 많은 돈을 퍼 부었는데 왜 이렇게 말썽인가”하며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농정이 엉망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고도 했으리라.
나는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농업의 문제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또 무슨 변명을 하려고 하느냐”며 고개를 돌리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농정과 농민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니 조금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기 바란다.
어느 나라에서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통적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정체하거나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일단 농사짓기 시작한 사람이 나이 들어 도시에 나가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40세가 넘은 농민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경우는 일년에 한두 명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 비농업 사이에 생산성 격차와 소득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계 선진국들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경험법칙이었다.
선진국들은 고령농민들이 서서히 은퇴 또는 탈농하는 세대교체 과정을 촉진시켜 농가와 비농가 사이의 소득격차를 해소하려고 하였다. 그런 과정에 짧게는 100년, 길게는 200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선진국들은 농산물에 대한 가격지지정책을 통하여 농가와 비농가 사이의 소득격차를 완화시켜 온 것이 지난 100년간의 일관된 정책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큰 차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우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경제발전 속도가 선진국들에 비하여 6~7배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세대교체 과정을 통한 구조조정이 어려웠고, 그만큼 농가와 비농가 사이에 소득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WTO체제 아래서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선진국들이 애용해 온 가격보조 정책을 활용하는데 기본적인 제약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도전과 시련을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농산물 시장개방 문제가 일견 하나의 `산업의 문제`인 것으로 보이지만, 40여년도 더 전인 1960년 이전, 국민소득이 100달러가 안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아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하던 시기에 농사짓기를 시작해 이제 60세를 넘긴 사람들, 그들이 우리나라 농업인의 6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농업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자.
<이정환(농촌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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