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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앵두나무…

말라죽은 앵두나무… / 김언희 지음김언희씨의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왜곡된 욕망이 배어 있는 끔찍한 현실을 고발한 시집이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는 자서(自序)처럼 잔혹한 언어와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가령 창 밖으로 「벌레비가 주르륵 미끄러져내리는」가 하면 공중으로는 「덜렁거리는 좆」을 단 나비가 날아다니고, 어느 순간 나타난 정체불명의 구멍은 「내 머리를 움쭉움쭉 씹어 삼킨다」고 말한다. 도발적이다 못해 엽기적이며 성적(性的) 은유와 구토가 나는 듯한 상상력, 노골적인 악마성. 작가는 그속에서 알 수 없는 위협과 불안, 공포를 조성하면서도 그게 이 세계의 본래 모습이라고 부르짖는다. 독자는 고통과 불편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시인이 새로운 시적 영역을 개척하고있는 것은 확실하다. 【민음사·5,500원】입력시간 2000/04/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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