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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개편은 필요… 정부안 대수술보다 형평성 고려 조정해야

■ 조세전문가가 보는 문제점·개선방향은


정부가 내놓은 '2013 세법개정안'에 대한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조세ㆍ경제전문가들은 개정안에 대한 수술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야권 등의 주장대로 전면적으로 칼을 대는 것보다는 국내 경제의 현실로 볼 때 세제 개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미조정을 통해 중장기적인 개편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조세혜택을 줄여 서민 복지예산으로 쓰겠다는 정부안의 명분을 건드리기는 어려우므로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득세 부담의 계층별 형평성 등을 일부 조정하는 정도가 좋다는 것이다.

야권이 주장하는 직접적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는 진단도 곁들여졌다. 명목세율 상승 등을 동반하는 직접적 증세는 국내 민간투자 촉진과 해외자본 유치 등에 걸림돌이 돼 도리어 투자를 통한 일자리를 원하는 중산층ㆍ서민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서울경제신문이 11일 학계ㆍ연구기관 관계자 등에게 세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나타났다.

국민정서 고려 세부담 형평성 미세조정 필요

이번 개정안 중 소득세 부분의 세부담이 어느 계층에 집중되느냐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자증세라고 답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의료비 등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줄이는 등의 개편안은 결과적으로 관련 지출금액이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불리한 제도이므로 중산층이나 서민에게는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산층도 어느 정도 세부담이 늘게 되겠지만 그보다는 고소득층의 부담이 더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소득세제 개편안으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계층이 '1인당 총급여 3,450만원 이상부터'로 돼 있는데 이는 국민 정서상 중산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부담 증가 여부의 갈림길이 되는 중산층 개념의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한 셈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정부는 전체 근로소득자 1,548만명 중 28%인 434만명만 세금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1,548만명 중 실제 세금을 냈던 사람은 99만명이었다"며 "납세 봉급생활자 중 45%의 세금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고용 악화… 대기업이라도 증세 신중히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혜택 등을 줄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경제성장에 저해되는 부작용은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종 투자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대기업 중심으로 줄인 정부안에 대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기업들로부터 더 걷는 것은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권 등에서 제기되는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론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세액공제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 혜택을 더 줄이는 셈"이라며 "고용이나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 효과를 깎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나 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기업 오너 등에 대한 상속ㆍ증여세 부담을 일부 덜어준 것에 대해서는 "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로 기업인들의 경영 의욕을 꺾는 것을 막는 부작용을 상쇄해준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접증세만으로 공약재원 조달 장담 어려워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과세ㆍ감면혜택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복지공약 등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최선책은 아니지만 차선책은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직접 세율 인상 등의 무리수를 둘 수 없는 만큼 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물론 최선책은 공약 거품 자체를 먼저 걷어내는 일이지만 정치공약상 쉽지 않았으리라는 의견이 곁들여졌다.

다만 이 같은 간접증세로 재원조달을 장담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세수라는 것은 경제성장률, 기업 실적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당장 하반기 경제전망도 확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5년간 성장률이나 투자를 어떻게 장담하겠느냐"며 "더구나 간접적인 증세라면 세수 확보 효과를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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