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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학계 경제인식차 극명
입력2004-09-17 18:03:30
수정
2004.09.17 18:03:30
금융硏 학술대회…"참여정주 구름에 싸인 달" "아직도 비전타령이냐"
‘위기론은 근거가 희박하다’ ‘출범한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비전 타령이냐.’ 17일 열린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학술대회’는 정부와 학계의 인식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위기가 과장되거나 왜곡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과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학계의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재정건전성이 악화하고 물가관리가 힘들어지고 있으며 반시장적 정책이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을 요약한다.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 참여정부 장기.구조적 개혁 역점
최근 참여정부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의 대부분이 근거가 희박하다. 참여정부는 ‘구름에 싸인 달’에 비유할 수 있다. 구름이 걷히면 진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반시장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국가 경쟁력 약화 등 최근 들어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들도 근거가 없다.
우선 반시장주의라는 용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쓰지 않을 ‘다소 과격한 표현’이다. 국가가 개입하는 영역이 조금 넓다고 해서 ‘시장경제가 아니다‘고 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가 의료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유럽을 반시장적이라고 할 수 있나. 시장의 반시장주의 지적은 시야가 좁은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조건을 볼 때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현 유가도 지난 70년대 수준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ㆍ구조적 요인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 1년반 만에 악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객관적 요인보다는 기업인들의 부정적인 답변의 영향이 컸다.
참여정부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국가혁신체계와 혁신형 중소기업, 교육혁신과 인재양성, 특권철폐와 부패추방,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 문제, 시장개혁 등이 그 내용이다.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혁신과 관련해서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내신성적 비중을 높인 것은 잘된 것이라고 본다. 대학들은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이는 변별력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정운찬 서울대교수 - 신용카드사 편법처리 문제 불러
지난 2001년 이후 지속적인 통화팽창정책은 주택가격 폭등과 그에 따른 사회불안, 가계부채의 급증, 물가안정 위협을 초래하는 등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참여정부 들어 두 차례 시행된 콜금리 인하도 경기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8월의 금리인하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물가안정 기대를 혼란에 빠뜨릴 소지도 있다.
금융 중개기능 역시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일부 개선되고 규모도 커졌지만 정작 금융 중개 규모는 축소됐다. 은행권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ㆍ주식시장ㆍ채권시장 등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도 문제다. 금융기관의 중개기능이 약화된 원인은 ‘단기 수익 중시 성향’과 ‘위험부담 회피 성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본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위험관리 기능이 사실상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대출심사 능력과 위험관리 능력이 아직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참여정부가 신용카드사 문제를 상식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에 의해 처리하지 않고 편법에 의해 처리한 것은 문제였다. 부실한 카드사를 퇴출시키지 않고 모두 살리려고 시도한 점 등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자생존의 원리가 실종되고 금융감독당국의 신뢰성도 심각하게 훼손됐다.
단기적 경기부양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적 자본 육성이 필수다. 특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을 인식,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 - 부동산정책 수요.공급원리 무시
참여정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경제정책의 기조라고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보면 반시장적 정책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87년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보수세력이 일방적으로 득세한 반면 이후에는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급속하게 커졌다. 이는 ‘시민사회의 압축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진보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특히 외환위기를 맞은 후 각종 반시장적 정책이 시행됐다. 강제적 기업 퇴출, 빅딜, 부채비율이나 기업 지배구조의 일률적 적용, 은행 국유화, 노동시장 경직화, 경직적 노사정위원회 및 노조의 경영참가 허용 등이 그 예다.
참여정부에서도 이 같은 반시장적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원가 공개, 수요공급 원리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 재벌 총수와 금융기관장에 대한 각종 압력, 실업난 해소를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대책, 국토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국토균형개발정책, 노조편향적 노사정책,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존치, 금융기관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소비자 자율을 무시하는 교육정책 등 그와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이론에 부합하는 정책내용과 지도자의 정치력이라는 예술적 요소가 결합해야 한다. 사유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끝까지 일관되게 추구하는 ‘시장경제주의자’와 시장경제를 중시한다고 하면서도 공익을 위해 시장경제의 기본틀을 깨는 특단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믿는 ‘시장경제론자’들은 구분돼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경제론자가 아니라 시장경제주의자다.
나성린 공공재정학회장 - 경기부양책 성장률 영향 못미쳐
참여정부가 재정을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근본적인 성장잠재력의 확충 노력이 없는 단기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공공투자를 포함한 경기부양정책이 실제로 경제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단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남발할 경우 경제성장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정부의 ‘빚’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예산수요 증가와 성장잠재력의 하락,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세수기반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적자재정과 국가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는 매우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 건전성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 지난 40년 동안 유지된 건전재정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해냈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가 절대수준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국가채무의 급증을 합리화하거나 관습적인 적자재정을 부추기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된다. 습관적인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사회복지비용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도 필요하다.
더욱이 높은 수준의 조세감면이 상존하고 있어 조세의 비효율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재산 관련 세제 부담이 과중하고 소비세의 체계가 복잡한데다 준조세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재정기반이 취약하다. 재정건전성 회복, 성장동력 증대, 소득 재분배 등을 재정정책 목표로 설정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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