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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어 멸망'엔 '백인의 야만'이…

디 브라운 지음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백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킨 것은 단 하나다. 우리 땅을 먹는다고 약속했고, 우리의 땅을 먹었다." 미국의 서부 정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쓴 기록문학의 걸작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에서 인디언들의 절규는 처절하다. 이 책은 1971년 첫 출간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 17개 언어로 옮겨졌고, 5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서부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저질러진 백인들의 잔인한 약탈과 그에 맞서 싸운 인디언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전세계 양심적 지식인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당초 인디언들은 아메리카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백인들이 이 땅이 엄청난 자원의 보고임을 눈치채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백인들은 자신들의 법률과 군대, 종교를 앞세워 인디언의 땅을 빼앗아 버렸고,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들소들을 도살했다. 반면,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삶의 방식을 강요당하고, 황폐한 주거지역에서 전염병으로, 지독한 향수병으로 목숨을 잃어갔다. 오글라라 수우족의 '붉은구름'이라는 이름의 인디언은 이렇게 증언한다. "내가 바라지도, 요구하지도 않은 일들이 이 땅에서 수없이 벌어졌다. 백인들은 우리 땅을 가로질러갔다. 백인들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핏자국밖에 남은 것이 없다." 백인들의 서부개척사, 다시 말해 인디언의 멸망사는 서로 다름(차이)을 존중되지 않았던 시대의 비극이다. 백인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인디언을 학대하고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이를 '미국의 추악한 역사'라고 지적하면서 유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미국에 의한 폭력은 그 이후로도 세계 도처에서 끊임없이 자행돼 왔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 책을 읽은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는 "이 애타고 미어지는 책을 읽다보면 정말로 누가 야만인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가장 심각한 야만임을 곱씹게 하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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