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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제학] Ⅰ부. 위기인가 기회인가

<1> 온실가스가 세계경제를 재편한다<br>EU '지구 살리기' 명분 주도권 회복 노려<br>태양광·연료전지등 친환경 기술로 기후변화 시장 선점<br>미국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주장…작년부터 적극대처<br>한국은 취약한 산업구조 불구 탄소시장등 걸음마 수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경제를 재편하고 있다. 지금까지가 전초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게임이다. 유럽은 이미 전초전의 패권을 쥐었다. 지난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UNFCC)’이 채택된 이래 유럽은 1997년 선진국들의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 채택을 주도했다. 교토의정서상의 의무감축은 2008년 시작돼 2012년 끝난다. 그러나 미국은 의무감축 할당량(2012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7% 감축)이 시작되기도 전인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에너지 다소비형인 자국의 산업구조ㆍ소비구조를 고려할 때 도저히 의무감축 할당량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캐나다(6% 감축의무)도 목표달성이 힘들다고 의무감축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선언해버렸다. 일본은 자국의 도시(교토) 이름이 들어간 명예를 걸고 당당히 6%를 감축하겠다고 서명했지만 지금은 달성이 어렵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경제성장과 양립하기가 어렵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실제 선진국들이 그동안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지 감축 실적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상에 7%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에너지 부문)은 오히려 19.8% 늘었다. 캐나다는 28.5% 늘었고 에너지 효율의 대표적 국가인 일본 역시 같은 기간 14.8% 증가했다. 미국ㆍ일본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연합(EU)은 재빨리 기후변화 시장을 선점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강력한 ‘명분’이 뒷받침됐다. ‘지구를 살린다’는 명분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EU의 현실적인 계산이 숨어 있다. EU의 환경 관련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태양광ㆍ풍력발전기ㆍ연료전지 등의 기술이다. 또 EU 경제는 이미 성숙단계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아니다. 경제구조도 이미 선진 수준을 달성한 가운데 성장률도 안정적이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온실가스 의무감축 비용을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EU는 미국ㆍ일본의 4분의1 수준”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실적인 명분을 유지하면서 감축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EU는 기후변화협약, 온실가스 감축을 그동안 미국ㆍ일본에 빼앗겼던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미 EU는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을 만들어 세계 배출권 거래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EU의 이 같은 계산을 간파하면서도 자국의 에너지 다소비형 사회구조ㆍ산업구조 때문에 한발 물러서 있다가 지난해부터 적극 나서고 있다. EU가 주도했던 교토의정서 방식처럼 강제할당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방식이 아닌 경제성장과 연계된 자발적 감축방식을 새로운 규제방식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연방정부와 달리 자체적으로 대폭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법제화했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면 입장변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U 방식처럼 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규모에 있어 세계 10위다. 이는 철강ㆍ석유화학ㆍ전력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 중심의 경제발전으로 인해 에너지와 산업공정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토의정서에 따른 선진국 의무감축그룹(Annex 1)에서 우리는 빠져 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제외됐다. 교토의정서 이후 2013년부터의 온실가스 감축방식을 논의할 포스트 2012 협상(POST-2012)에서 우리나라에 의무감축 압력이 집중될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에 매우 취약한 산업ㆍ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다. GDP 중 제조업 비중을 보면 미국 14.9%, 일본 20.9%인 반면 우리는 26.4%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중 또한 EU가 29.8%, 미국 25.9%, 일본 38.7%인 반면 우리는 55.2%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을 갖게 돼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면 경제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구조이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에의 참여는 걸음마 단계다.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창출된 시장인 탄소시장에 수십억달러, 수백억달러 투자를 선언하면서 미래 황금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탄소펀드 조성을 시작하고 있다. 그나마 2,000억원을 목표로 자금을 조성 중인 국내 탄소펀드는 기관투자가들의 관심부족, 저조한 참여로 인해 규모를 대폭 축소해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세계 탄소시장의 규모가 앞으로 석유시장보다도 더 커질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대통령 산하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후변화 협약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신시장에 대한 우리의 참여전략 수립이 미흡했다”며 “탄소시장이 세계 각국의 금융과 기술의 치열한 각축장이 돼가고 있는데도 국내 금융권과 기업들의 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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