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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밖에선 ‘으쓱’ 안에선 ‘주눅’
입력2004-01-09 00:00:00
수정
2004.01.09 00:00:00
산업부 기자
인천공항에서 10여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LA 톰브래들리 국제공항. 입국자들은 미국이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문날인과 얼굴촬영을 해야 한다. 먼저 검지를 검색대에 올려놓고 잠깐 카메라를 응시하면 된다. 20초 남짓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미간에는 불쾌함이 역력하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경우, 검색대에서 잠깐 눈을 돌리면 짜증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다름 아닌 보안요원들이 들여다보는 모니터 뒷면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SAMSUNG`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삼성의 위상을 감안하면 그리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지만, 이국 땅에서 지문날인을 받으며 발견한 우리 기업의 이름은 분명 색다른 감동이다.
톰브래들리 공항에서 6시간 가까이 버스로 달려 도착한 라스베이거스. 이곳은 지금 지구촌 최대 규모의 가전쇼인 CES에 참가한 손님을 맞이하느라 부산하다. 줄잡아 2,000여개의 기업과 20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ㆍ소니 등 쟁쟁한 기업들의 깃발이 곳곳에 휘날리고, `첨단 기술의 향연`이라는 수식어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앞선 기술들을 뽐내고 있다.
검색대에서 맛보았던 즐거움을 이곳 전시장에서 다시 만난다. 우리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ㆍLG전자를 비롯해 40여개 업체들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부스를 설치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아 매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100조원의 규모로 추산되는 북미 디지털TV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우리 기업들의 목표가 결코 꿈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희망은 숙소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고 국내 뉴스를 들여다보는 순간 이내 허탈함으로 바뀐다. 해를 넘겨가며 이어지는 압수수색과 줄소환….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아픔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업은 지금 세계를 무대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밤잠을 잊은 채 뛰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을 상대로 한 경쟁이 주는 긴장감은 살이 튀고 뼈가 꺾이는 백병전에 비해 결코 덜하지 않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온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리 기업의 양면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이 혼자만이 아니길 비는 마음이다.
<라스베이거스=김영기 산업부 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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