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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실패한 AOL-타임워너 합병

지난 2000년 1월에 이뤄진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합병으로 기록된다. 그 당시 신경제의 역동성은 끝이 없는 듯 보였다.합병을 결정한 양사 경영진에 대한 찬사는 넘쳐흘렀다. 타임워너의 컨텐츠를 AOL을 통해 내보낸다는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의 비할 데 없는 짝짓기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노린 합병 그 자체가 실패로 마무리됐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은 합병 성공사례가 이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권 상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실패로 끝난 합병에서 뭔가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기업합병이 제공할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는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합병을 이룬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합병 전과 비교해 겨우 1% 남짓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수기업의 기업가치는 대체로 이전보다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합병이 이뤄질 당시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제대로 검증된 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타기업을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오히려 낮아지면 분명 대리권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주주들이 기업가치 저하를 문제삼아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직접 관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리권 문제는 지분인수 등에서 명백히 나타나는데 AOLㆍ타임워너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사의 주식을 이용, 타기업 인수에 나선 기업의 가치는 동종 다른 기업들의 기업가치보다 평균 6.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앞으로 기업합병이 잘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름을 바꾸는 등 단순한 것에 열광하는 주주들은 새로운 붐이 막 시작될 때 기업합병 바람이 몰아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일 때 투자자들은 버블이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AOLㆍ타임워너 사례는 미디어 산업에 있어 또 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소위 시너지 효과의 허무성이다. 맨 처음 단계에서 합병 자체가 인터넷 기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고양시킬 수 있느냐는 확실하지 않다. AOL은 분명히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타임워너의 컨텐츠 접근에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타임워너에서 컨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은 컨텐츠가 AOL 사용자들에 의해 독점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 점은 비벤디 등 다른 미디어 기업들이 반드시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모든 미디어 기업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컨텐츠 접근에 대한 장벽을 낮추면서도 동시에 지적 재산권을 보전하는 작업이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AOL과 타임워너 합병에서 AOL보다 타임워너의 주주들의 피해가 더 컸다는 점이다. 합병으로 타임워너의 주가가 동종 미디어 기업의 주가와 비교, 시장 수익률을 60%나 밑돌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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