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듯 했던 주식시장이 금요일 오후 다시 한번 크게 요동쳤다. 오는 28일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말을 앞두고 매도물량을 대거 쏟아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1회성 이벤트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던 북한의 도발 국면이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뒤늦게 ‘팔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개인투자자의 경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외신을 통해 보도된 오후 1~2시 사이에 패닉성 물량을 쏟아냈다. 이날 개인은 3,988억원 어치를 팔아치워 소폭이나마 순매수를 지킨 기관이나 하루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544억원)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 장의 특성상 개인들은 주식을 매도하고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이고 싶어한다”며 “일요일로 예정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앞서 리스크 부담을 줄이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남북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추가적인 교전으로 번지지 않는 한 시장이 제자리를 되찾을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북한의 도발 이슈가 북한의 강경 발언으로 재조명되면서 시장이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한미연합훈련 이후 결과를 보고 가자는 관망세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더 이상 크게 이탈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도 “결국 시장의 외적인 흔들림이 마무리되면 내적인 큰 흐름, 즉 글로벌 유동성에 따르는 장이 다시 전개될 수 밖에 없다”며 “12월이 시작되는 다음주 중반부터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하루 만에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고 해도 올 하반기 이어온 뚜렷한 시장주도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음주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유럽발 재정위기, 중국의 추가적 긴축 가능성 등 대내외적 악재가 크게 부각되면서 모멘텀은 다소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기금ㆍ투신 등 기관 역시 대거 매수에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직후 연기금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인위적으로 주가를 떠받치긴 했지만,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기대할 수는 없다”며 “최근 펀드로 자금이 순유입 되면서 투신권 역시 요 며칠 주식을 순매수 했지만, 환매부담이 다소 감소한 것일 뿐 매수여력 자체가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는 횡보장에서 수급과 기업가치 대비 주가(밸류에이션)를 고려한 종목별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 부장은 “외국인은 정치적인 리스크보다 펀더멘털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매수 추세를 유지하면서 조정장을 활용해 계속해서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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