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사흘 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1조원 넘게 팔아 치우면서 주가가 13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만 바라보는 한국 증시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지만 뾰족한 대안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53%(3만6,000원) 하락한 138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14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 1월28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3,28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면서 7일부터 순매도 금액을 1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비중도 3년여 만에 처음인 48%대로 축소됐다. JP모건에 이어 이날 모건스탠리도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낮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1조8,30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는데 이 가운데 66%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됐다. 삼성전자의 급락은 코스피의 조정으로 직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2.02포인트(0.62%) 내린 1,920.6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는 동안 코스피지수 역시 60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5조원으로 코스피 전체에서 20%를 차지한다. 지난 1ㆍ4분기 영업이익도 8조7,000억원으로 유가증권 상장사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 종목인 현대차부터 10위까지 종목을 모두 합친 시총이 삼성전자 한 종목과 비슷할 정도다. '삼성전자의 급락=한국 증시의 조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국내 증시의 지수 산정 방식이 개별 종목의 시총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 개 종목이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 자연스레 증시 전체가 하락한다. 물론 삼성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초대형주가 출현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주가 변동성은 매우 큰 종목이라는 점에서 개별 종목의 급락이 증시 전체를 억누를 수 있는 상황은 상존한다"며 "그렇다고 지수 산정 방식을 당장 바꾸는 것도 어렵고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종목도 없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 한계의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증시가 유동성 장세로 급등했지만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은 현상이 외국인의 삼성전자에 대한 극단적 매도로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우리 증시 역시 수급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억눌림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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