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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새 패러다임 열자/2부]부처 이기주의
입력2001-11-12 00:00:00
수정
2001.11.12 00:00:00
영역다툼에 기업만 골병국내 벤처기업 사장 중에는 정부 관련 업무로 하루를 다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전에는 산업자원부, 오후에는 정보통신부를 가고 오늘은 문화관광부, 내일은 과학기술부를 찾는 식이다.
각 부처가 소집하는 회의나 세미나에 가보면 이름이 비슷하고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어느 부처가 무슨 지원책이라고 내놓으면 고맙다기보다는 찾아가 인사할 곳이 하나 더 많아졌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사장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자기 사업이 어느 부처 소속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온라인으로 게임 컨텐츠를 제공하는 A기업은 게임을 내기 전에는 문광부의 사전 심의를 받고 게임이 나온 뒤에는 정통부의 사후 심의를 받았다.
이 회사의 김모 사장은 "똑같은 내용을 두번 심의하고 그나마 두개 부처가 따로 심의하는 걸 보면 게임 컨텐츠가 엄청 중요한 모양"이라며 "컨텐츠였으니 망정이지 게임기였으면 산자부까지 가세하도록 돼 있다"고 꼬집었다.
사이버 교육 업체인 B기업의 장모 사장은 노동부로부터 교육비에 대한 환급을 받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여기에 교육 컨텐츠는 정통부가 담당하고 온라인 결제는 산자부가 맡고 있으니 앞으로 해야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장 사장은 "비싼 돈을 들여 대학교 교수진들과 공동으로 컨텐츠를 만들었는데 정작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며 "이러다 다른 업체가 선수를 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이 같은 부처간 밥그릇 싸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품질인증, 게임 및 디지털 컨텐츠에 대해 주관부처를 재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무 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부처간 영역다툼과 이로 인한 예산낭비, 이중규제 등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각 부처가 기존에 추진하던 중복된 사업을 사실상 그대로 추진하기로 한데다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각 부처 산하의 협회ㆍ단체ㆍ센터 등도 업무 내용과 명칭만 일부 조정하기로 했을 뿐 통폐합하지는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파워콤의 민영화 작업과 관련해 산자부와 정통부는 그동안 계속 기싸움을 벌였다. 최근에야 일단락됐지만 파워콤의 ISP 사업 허가를 놓고 두 부처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업계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하는 벤처기업을 골병들 게 만든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단순히 영역을 나누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부처간 협조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처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자신이 하겠다며 영역침범을 불허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교통부가 교통관련 데이터베이스(DB) 정책을 세울 때 반드시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부처인 정통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자체가 융합 추세인 상황에서 IT 영역을 칼로 무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컨텐츠는 방송과 관련이 있으므로 문광부가 맡되 기술적인 지원은 정통부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자상거래 역시 주관부처는 산자부가 하되 기술적인 정책협조는 정통부가 해줘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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