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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월요초대석]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경협시장원리기초 분명히 전달"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6·15공동선언이 마련된 후 남북간의 교류확대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한을 직접 둘러본 재계인사들이 언론의 집중적인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수행, 평양을 다녀온 손병두(孫炳斗)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이번 공동선언으로 남북간의 경협사업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이익을 낼 수 있어야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경협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孫부회장을 만나 경협전망, 바람직한 대북사업 전략 등을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시죠. 방북기간 중의 감회부터 말씀해주시지요. ▲당초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음악회가 무산되면서 평양을 방문할 운은 없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김각중(金珏中) 회장께서 전경련을 대표해 방북하실 것으로 알고 평양행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金회장의 지시로 북한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군 복무시절 휴전선에 근무하면서 내가 두만강이나 압록강 접경지역에 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평양을 방문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마치 꿈을 꾼 느낌입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金대통령을 직접 영접하면서 시작된 파격과 감동이 방북기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사실 방북일정이 하루 연기되면서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이었으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우려는 평양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평양에서 느낀 감동과 흥분이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방북기간 중 컴퓨터센터 등 여러 산업시설을 시찰하셨습니다. 이런 시설의 수준 및 생산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컴퓨터센터를 둘러보고 나서 북한의 컴퓨터 기술 및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음성·문자 인식시스템, 심장병진단 소프트웨어 등을 보고 기술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농구단과 북한농구팀과의 경기를 컴퓨터로 분석한 것을 보고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닭공장인 봉화협동농장의 콤비나트식 자동화시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계란에서 병아리, 병아리에서 닭으로 이어지는 자동 사육시스템을 보고 「공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의 불충분한 사회간접자본(SOC) 등 여러 제약요인으로 당장은 대북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됩니다. 북측 인사들과 많은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이익이 날 수 있어야 민간기업의 대북사업이 가능하고 경협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북사업은 시범사업에 불과한 것으로 본격적인 경협을 위해서는 북측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룰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한 남한으로부터 전력을 끌어다 쓰는 한편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전선 근처에 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비용 최소화를 통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북한도 경협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철도 등 SOC 분야는 민간기업으로서는 수행하기 어렵고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지원도 필요하니 각종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당국간의 협력과는 달리 민간기업간의 협력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경협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의견은 모두 밝힌 셈입니다. -투자보장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본격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남북간의 바람직한 경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남북공동선언 합의로 경협사업을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릴 당국자회담에서 여러 제도적인 사항이 완전히 합의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도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차분하고 치밀하게 윈-윈(WIN-WIN)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당장 본격적인 경협이 추진된다면 어느 분야가 비교적 경제성과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십니까. ▲남한의 기술 및 자본력과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통해 남북이 서로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로서는 음식료·섬유·신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분야에서 경협이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공업 분야에서의 경협은 북한주민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기업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간의 과당경쟁도 우려됩니다.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당장 가시화돼야 할 것으로 보는데요. ▲남북경협은 수익을 제대로 거둘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이 성급한 기대를 갖고 대북사업에 나서면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가 빚어질 수 있습니다. 전경련은 다른 경제단체와의 협의하에 기업들이 자율조정을 통해 이같은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경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정 경제단체가 이런 협의체를 단독으로 구성, 운영하기보다는 모든 경제단체가 긴밀한 협조하에 협의체를 운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체의 특성이 다른 만큼 서로 협조해 경협활동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북측 인사들이 섭섭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협의체를 통해 「손해나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도 이와 유사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鄭이사는 현대가 대북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대북사업을 독점하기보다는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사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방북기간 중 북측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진지한 대화를 통해 북측이 남북경협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측 인사 중 일부는 「실리적 원칙」을 강조해 상생을 위한 남북경협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또한 북측 인사들은 우리 재계인사들이 제기한 경협 애로요인을 경청한 후 이를 해소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약력 1964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9~1981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이사 1985~1988 한국생산성본부 상무 1988~1995 동서경제연구소·동서투자자문 사장 1995~1997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1997~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대담 : 李宗奐 산업부장 JWLEE@SED.CO.KR/정리=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입력시간 2000/06/18 19:0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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