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저축은행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시행사 직원이 찾아와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올 테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일종인 브리지론을 해달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저축은행은 은행에서 부동산 PF에 지급보증을 서주는 일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사 직원에게 은행 이사회 결의내용을 보여달라고 했다. 당황한 시행사 직원은 "가져다주겠다"고 한 뒤 다시 연락해오지 않았다. #2. B저축은행은 올해 들어 경남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라며 부동산 PF사업장의 자산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을 요청받았다. B저축은행 임원은 "경남은행이 지급보증을 선다고 해서 구미가 당겼지만 사업성이 없어 매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개발 사업 추진이나 자금회전을 위해 은행권의 지급보증을 받아주겠다고 사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경남은행처럼 직원이 은행장 직인을 위조해 부동산 PF 지급보증을 서는 사고까지 발생해 철저한 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은행의 지급보증이나 확약서를 내세우며 대출해달라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본PF'를 들어오겠다는 확약서를 받아오겠다고 하거나 확실하게 지급보증을 끊어다 줄 수 있다고 하는 곳들이 종종 있다"며 "대부분 구체적인 물증을 요구하면 꼬리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PF 절차상 시행사는 2금융권에서 토지매입자금을 빌린 뒤 은행에서 '본PF'를 받아 대출금을 상환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 대부분의 시행사는 자산이 없기 때문에 은행이 '본PF'를 들어오지 않으면 2금융권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은행권의 확실한 지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은행들의 속성상 지급보증을 사실상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남은행 사건도 2금융권 회사들이 체계적인 검증작업 없이 수익만을 노린 게 화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서울영업부에 근무하는 장모 부장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은행장 직인을 위조해 부동산 PF사업장의 시행사가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지급보증을 섰다. 금감원은 장씨가 대출채권 매입약정, 특정금전신탁 원리금 지급보장 등을 해주는 방식으로 4,400억원의 자금을 불법으로 지급보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경남은행은 손실규모가 1,000억원대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PF의 경우 시행사가 2금융권 대출을 받는데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줄 이유도 없고 해주지도 않는다"며 "지급보증 조건만 보고 경남은행이 지방은행이니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