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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망국병 사재기인가(사설)
입력1997-12-16 00:00:00
수정
1997.12.16 00:00:00
환율폭등과 유류가인상으로 생필품가격이 잇달아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사재기 현상이 극성을 떨고 있다. 밀가루·라면·설탕·식용유를 비롯, 심지어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슈퍼나 할인점의 생필품매장은 사재기로 법석이다.실제로 지난 일요일(14일) 할인점의 생필품매장은 개장하자마자 동이 났고 식용유에 한해서는 1인1병으로 제한하는 소동도 빚었다. 일가가 총동원된 집안도 있었다. 부끄러운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사재기는 몇 년전 판문점 북한측 수석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과장되면서 전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한여름이었던 당시에는 라면과 부탄가스 사재기로 전국이 공황상태였다. 집집마다 몇 박스씩 쌓아 놓은 라면은 변질돼 먹지도 못하고 버릴 수밖에 없었으며 부탄가스는 중고교생들의 환각제로 사용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소비자들의 사재기가 싹쓸이 양상으로 번지자 제조업체는 물량을 조절, 품목에 따라서는 품귀상태다. 여기에 중간 유통상인들이 가세, 매점매석으로 값이 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손해는 소비자의 몫이다.
마침 검찰에서 매점매석행위에 대한 수사에 들어가 품귀상태는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소비자의 자세다. 필요한 만큼만 사면 된다. 수입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지만 사재기가 물가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재기는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로다. 나만 잘돼 보겠다는 비인간적인 행태요, 망국병이다. 나만 살겠다고 하지만 그렇지도 못하고 공멸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전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돼도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지난 73년과 79년 제 1·2차 오일 쇼크당시때도 우리나라는 국가적으로 큰 파동을 겪었다. 그러나 일본은 비교적 조용하게 위기를 극복했다. 국민 모두가 정부조치에 잘 순응, 물가폭등없이 넘어간 것이다. 물론 국민이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한 탓이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고 개인도 있다. 이제는 사재기같은 구시대의 잔재를 버릴 때도 됐다. 지금이 어느땐가. 벌써 21세기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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