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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 '여인천하' 전현아
입력2001-04-01 00:00:00
수정
2001.04.01 00:00:00
"TV와 연극무대 너무 많이 달라요"시청자는 주인공 편이다. 주인공의 시선에 눈높이가 맞추어지는 드라마의 속성상, 자연 주인공편이 선이 되고 반대편은 악이다. 주인공의 욕망만이 '대리만족'이라는 미명하에 미화되기 마련인 것이다.
SBS '여인천하'에서 전현아는 그 반대편에 있다. 하기야 반대편이라고 말하는 것도 좀 뭣하다. 그는 주인공의 연적도, 전(前) 왕후도 하다못해 줄줄이 늘어선 후궁들 중 하나도 아니다. 중종의 첫 왕자 복성군의 어미이자 반정공신 박원종의 수양딸인 경빈 박씨(도지원 분)가 수족처럼 부리는 금이, 그가 맡은 배역은 이런 궁인이다.
드라마속 그녀는 꽤나 얌통스러웠다. 호가호위하는 폼이, 신인치곤 제법 연기가 된다 싶었다.
그런데 속사정을 살펴보면 야릇하다. 그는 SBS 공채 4기로 지난 94년 김남주 등과 함께 데뷔한 중고신인이었다. 거기에 배우 전무송의 딸이라 했다. 그렇다면 나이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그녀가 들려준 나이는 71년생. 벌써 서른이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조심스럽지요. 명성에 누가될까 걱정도 되고요" 아버지 이름 석자가 따라다니는 게 부담스러운 듯 입을 여는 그에게 속깊은 눈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공채출신답게 그간 '장희빈''박봉숙변호사' '임꺽정'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한양기생역으로 나온 '임꺽정'에서는 서림역의 아버지와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성 싶었다.
한편 TV와는 달리 연극무대에서는 꽤 알려진 배우다. '번데기'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등에 출연했고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로는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엔 직접 쓴 희곡 '종이꽃'을 연출까지 맡아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TV에서는 일이 풀려가는 모양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TV와 연극은 참 많이 다르더군요. 연극이 한 호흡으로 길게 가는 것과는 달리 TV는 앞장면과 뒷장면을 잇는 순간적인 몰입과 치밀한 계산이 필요해요. 쉽지 않더라구요.
전현아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딱히 어느 장르를 구분하는 건 아직 제 입장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구요, 사극은 특히나 연기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요. 김재형PD 밑에서 지금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런 그를 아버지 전무송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탤런트 시험 본 것도 모르셨어요. 방송사에서 온 마지막 전화를 아버지가 받으셨는데, 크게 반대하실 줄 알았건만 그냥 '네가 이길로 들어설 줄 알았다' 하시더군요. "전무송이 항상 '여인천하'를 모니터해 하는데 반해 그는 아버지가 출연중인 '태조 왕건'을 보지 않는단다.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과 스스로 서려는 의지라 싶어 왠지 이해가 갔다.
"출중한 미모가 없어설까, '넌 서른이 넘어야 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어요. 이제 그 나이가 된건데, 열심히 해서 연기력 있는 배우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 한발 한발,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사람은 아름다운 법이다. 촬영장을 향해 총총히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도 그런 향기가 묻어나는 듯 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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