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로 시작해 신정 연휴를 지나 설까지 이어지는 겨울 시즌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이 시기엔 특히 대작 영화들이 강세를 띈다. 묵직한 줄거리와 장대한 스펙터클로 승부를 거는 대작물들은 머리를 비운 채 오로지 물량만으로 밀어붙이는 여름용 블록버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1,000만 관객 신화를 탄생시킨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올 최고의 외화 흥행작이였던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도 모두 이 시기에 개봉했던 작품들이다. 올 연말 역시 1년동안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대작 영화’들이 속속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낸다. 뮤지컬로 더 잘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10일 개봉)을 시작으로, 올 연말 최대 기대작 ‘역도산’(17일)과 역사극 ‘알렉산더’(31일)가 각각 이 달 중 개봉한다. 올 봄 개봉작 ‘어린 신부’ 이후 맥이 끊긴 국산 영화 300만 관객에 도전하는 ‘역도산’이 단연 돋보이지만 모처럼 스크린을 압도하는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도 관심거리다. ◇오페라의 유령=1986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올려 초대형 흥행을 기록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제작을 맡았다. 지난 2003년 국내 무대에도 올려져 객석 점유율 9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총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입한 만큼 영화는 화려한 볼 거리로 승부한다. 영화 도입부 오페라 하우스의 흉물스런 모습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컴퓨터 그래픽 장면은 공연에선 보여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여기에 오페라 하우스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 세트, 상영시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음악들은 영화가 철저히 ‘규모’와 ‘공연 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역도산=주인공을 맡은 설경구가 20kg 넘게 몸무게를 불렸다는 소식으로 시작된 ‘역도산’과 관련된 뉴스는 올 1년 내내 국내 영화계의 관심거리였다. 전후 일본에서 국민 영웅으로까지 칭송됐던 프로레슬러의 일대기 실화를 그려낸 작품. 언뜻 장중한 영웅담으로 흐를 법 하지만 영화는 역도산의 치밀한 계산과 그 뒤에 숨은 비열함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연출을 맡은 송해성 감독은 이 작품을 “사람들이 역도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의 그늘진 삶을 다루고자 노력했다”며 여타 실화 작품과 차별된 면모를 강조했다. 단 두 장면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본어 대사로 처리된 만큼 영화는 치열한 사실성을 강조하지만 관객들은 국산 영화를 한글 자막으로 읽어내야 하는 낯설음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본에서 사전 투자를 받아 제작됐으며 순제작비로 ‘실미도’보다도 5억원이 많은 85억원이 투입됐다. ◇알렉산더=‘닉슨‘ ‘JFK’ ‘플래툰’ 등 미국 현대사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올리버 스톤 감독이 이번엔 전통 서사극으로 돌아왔다. ‘알렉산더’란 제목 그대로 영화는 약관 20살에 왕위에 올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기 영화.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를 들인 영화는 바빌론을 비롯해 알렉산더가 거쳐간 각 도시들을 웅장하고도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2시간 50분의 기나긴 런닝타임을 메우기엔 극 전개가 다소 부실하다는 비판도 있다. 미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 6위에 머무르며 다소 부진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