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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막연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것 같다. 어떨 때는 파생상품은 거래해서는 안 되는 상품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이런 파생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는 파생상품의 위험에 대한 오해도 한몫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그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와 연계된 계약이다. 예컨대 주식선물가격은 기초자산인 주식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주식선물은 주식에 비해 5분의1 정도를 투자하고도 주식과 비슷한 자본손익을 낼 수 있다. 레버리지 때문에 투자액 대비 주식보다 수익도 높지만 손실 위험도 크다.
레버리지가 크면 그만큼 위험도 커진다. 파생상품의 위험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가 크더라도 전체 보유자산 대비 투자액이 적다면 위험을 감당할 수 있다. 따라서 파생상품 투자액을 그 기초자산 가치로 환산해서 위험자산 규모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파생상품의 명목가치라 부른다. 그런데 이 명목가치를 산정하는 데서 가끔 오해가 생긴다.
명목가치는 파생상품의 수익 구조와 연관이 깊다. 예컨대 주식선물과는 달리 주식옵션가격은 주가보다 대체로 적게 변한다. 실제로 거래되는 옵션의 가격 변화는 주가 변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옵션은 레버리지가 커서 그 자체의 위험은 크지만 명목가치는 상당히 작다.
그런데 수익 구조가 다른 선물과 동일한 방식으로 옵션의 명목가치를 산정해서 엄청난 위험 기초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게다가 파생상품 거래와 위험을 동일시하는 논리도 자주 등장한다. 위험은 위험자산의 보유 규모와 비례한 것이지 거래의 과다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예컨대 주식 거래가 많다고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거래가 많다는 것은 시장이 과열됐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위험 관리가 잘 이뤄진다고도 할 수 있다. 거래의 많고 적음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목적과 전망을 가진 거래자 수와 정보 변화에 반응하는 상품의 속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위험 관리가 필수적이다. 파생상품으로 위험을 줄일 수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개별 파생상품의 속성에 따라 위험의 정도를 파악하고 보유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파생상품의 위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된다면 파생상품은 기피할 대상이 아니고 위험 및 자산 관리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돼야 할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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